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35] 단순과 간결의 미덕이 낳은 '예술 가습기'

바람아님 2014. 8. 25. 09:54

(출처-조선일보 2012.12.03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날씨가 쌀쌀해지면 가습기의 사용이 늘어난다. 건강을 잘 유지하려면 난방으로 인하여 실내 공기가 너무 건조해지지 않도록 

습기를 적절히 공급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습기의 디자인은 제조회사의 전략과 디자이너의 철학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 가전제품처럼 투박하고 개성이 없는 가습기가 있는가 하면, 조각품처럼 멋진 형태로 감성적인 교감이 이루어지는 

것까지 다양하다.


미니멀아트 작품 같은 가습기를 원한다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0)'라는 특이한 이름의 제품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극도로 단순한 형태와 색채로 일본의 대표적인 미니멀리스트로 명성을 얻고 있는 후카사와 나오토(深澤直人)가 

디자인한 '±0 습기'는 도자기로 만든 도넛처럼 생겼다. 

매끄럽고 간결하게 잘 다듬어져서 물방울을 연상하게 하는 친근한 형태는 어떤 실내 환경에나 잘 어울린다. 

특히 도자기 특유의 표면 광택에도 천하지 않은 품격이 느껴진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0) 가습기'… 후카사와 나오토 디자인, 크기 155×305㎜, 무게 2㎏.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0) 가습기'… 

후카사와 나오토 디자인, 크기 155×305㎜, 무게 2㎏

35] 단순과 간결의 미덕이 낳은 '예술 가습기'


'±0 가습기'는 물을 직접 끓여서 수증기를 발산시켜 세균의 번식 걱정이 없다는 가열 방식으로, 

사용자가 원하면 은은한 향기가 실내에 가득 퍼지게 해줄 수도 있다. 

증기 분출 부위에 있는 작은 그릇에 아로마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려 두면, 따뜻한 증기에 향기가 섞여서 가습된다. 

표준 모드로 8시간, 장기 모드로 18시간 동안 가습되는데 물이 모두 증발하고 나면 전원이 스스로 꺼진다.

간결한 디자인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이 가습기는 2005년 일본 '굿 디자인상'을 받은 데 이어, 

2007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영구 소장품으로 선정되었다. ±0사(社)의 공동 창업자이자 무사시노 대학교 교수인 

후카사와 나오토는 2007년 영국왕립협회의 '산업을 위한 로열 디자이너' 자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