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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환의 제주스케치] 제주, 바다에도 '돌담'이 있다… 썰물 때 물고기 잡아 가두는 자연의 그물

바람아님 2014. 9. 24. 15:14

(출처-조선일보 2014.07.26 조의환 사진가)

제주는 '돌'의 섬이다. 이곳 사람들은 돌 구들 위에서 태어나 돌집에 살고, 돌담으로 둘러싼 밭을 일군다. 
특히 돌담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생활의 지혜가 만든 방대한 조형물이다.

그런데 바다에도 돌담이 있다. 

돌로 바다에 둥글게 담을 쌓은 것이 꼭 검은 용이 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돌로 담을 쌓는다고 '석방렴(石防簾)' 또는 '독살'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제주에서는 '원담' 또는 '갯담'이라고 한다. 
'원'은 한자어 원(垣·울타리)에서, '개'는 해변 후미진 곳의 이름에서 비롯한 말이다.

원담은 밀물을 따라 연안으로 들어온 고기 떼가 썰물이 돼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 담을 넘지 못하도록 가두어 잡는 
전통 어로 방법이다. 일명 '돌 그물'인 셈이다. 
듬성듬성 바람구멍을 내며 쌓은 돌담처럼 원담도 자연스럽게 돌 틈으로 물이 드나든다. 
파도에 휩쓸려 무너지지 않도록 쌓은 지혜가 돋보인다.

원담은 마을의 공동 어장으로 한때는 제주도 내에 260여 개소나 있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없어졌다. 
보존을 위한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은 매해 7월쯤 원담 축제가 열리는 한림읍 금능리의 원담을 지난 23일 촬영한 것이다. 
비양도가 마주 보이는 아름다운 해변에 4개가 잘 보존되고 있다. 
멸치, 숭어, 고등어, 오징어가 주로 잡히는데, 
원담에서 잡은 멸치는 상처가 없어 젓갈을 담가 오래 두어도 원형이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