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0.03 오윤관 국제섬유신문 편집국장)
"아버님(필자는 50대다),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그리로 앉으세요." "선생님, 앉을 때 자세가…." "환자분, 주사실로 가셔서…."
얼마 전 목디스크로 병원에 갔을 때 담당 의사와 간호사가 필자에게 한 말이다.
'아버님', '환자분', '선생님'.
길지 않은 대화 중 필자를 향한 호칭 3가지가 등장했다.
정작 교과서에서 배운 2인칭 호칭인 '당신'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당신이라고 불렀다간 필자의 표정이 금세 변할 터이고, 자칫 그때부터 서로의 말투가
거칠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당신을 당신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아니 썩 듣기도 싫다.
2인칭 대명사 '당신'은 부부간 호칭을 빼놓곤 어느새 불편한 단어가 돼버렸다.
모르는 사람끼리 다툴 때나, 손아랫사람을 호칭할 때(좀 유쾌하지 않다)는 2인칭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물론 '당신'은 자식이 부모 등을 지칭할 때 3인칭으로 쓰이기도 한다.
외국어 'YOU', 'あなた' 등을 우리말로 바꿀 때 '당신'으로 표현한다.
살아오며 필자가 실제로 들었던 호칭을 나열해 보겠다.
물론 직무·인맥과 관련 없는 통상적 2인칭이고 비속어는 제외한다.
드물긴 해도 '당신'이란 소리도 듣긴 한다.
너, 야, 댁, 당신, 어이, 형씨, 자기, 그대, 임자, 지비, 이녁(지비와 이녁은 전라도에서 자주 듣는다),
자네, 귀하, 고객님, 아저씨, 선생님, 사장님, 어르신, 아버님(간호사가 불렀다),
오윤관 님, 민승 아빠, (심지어) YOU, 저기요….
예전에 스스럼없이 '윤관아' 부르던 선배는 수년 만에 만나서인가 대뜸 '그대'라고 부른다.
어떤 이는 대화 중 거의 2인칭을 말로 하지 않고, 턱을 삐쭉 내밀거나 손바닥을 편 채 필자를 가리키며 얘기하는 것도 봤다.
'당신'이라는 뜻이다. 마땅한 호칭을 찾지 못해 이런 식이다 보니 대화도 어색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님', '너님'도 곧잘 등장하는데
실제로 SNS에서나 통화할 때 이 같은 호칭을 필자에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말 붙이기를 주저하거나, 호칭을 생략한 채 대화를 진행했던 경우가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못(안) 부름이 결국 소통 부재의 주범에 다름 아니다. 동방예의지국이어서인가?
그리고 다들 불편을 못 느끼는데 필자만의 생각인가?
이미 '당신'이 직무 유기한 마당이니 '너님'은 어떨까?
시간은 걸리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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