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0.20 이철민 뉴미디어실장)
6급 주무관 조지훈(36)씨
대한민국에서 식중독만큼은 확실하게 잡고
싶다는 그를 알게 된 것은 지난달 말 한
빅데이터 관련 콘퍼런스에서였다.
재작년 말 부산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식중독 업무를 새로 맡게 된 6급 주무관
조지훈(36)씨는 상사로부터 "부산 지역 학교에서
식중독이 발생하면 다 네 책임"이라는
격려성 '엄포'를 받았다. 일상적인 점검 외에
뭔가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
이리저리 궁리하던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것은 인터넷에서 찾은 두 장의 지도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 경찰이 8년간 발생했던
200여 종(種)의 범죄 발생 자료를 기초로 해
만든 '범죄 지도(crime map)'와 구글의
'독감 트렌드(Flu Trends)'였다.
범죄 유형과 발생 지역을 세밀히 따져 보니 한 도시 안에서도 유형별로 발생 구역이 확연히 달랐고 예측 정확도는 70%가
넘었다. 이를 토대로 제한된 경찰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었다. 구글도 전 세계 이용자의 독감 관련 검색 실태를
분석해 보니 해당 국가·지역의 실제 독감 창궐 시기와 일치했다고 소개했다.
조씨에겐 12년간 부산·울산·경남에서 발생한 식중독의 발생 이력·원인균(菌)·지역·발생 음식·날씨 등의 온갖 자료가 있었다.
이걸 잘 활용하면 더 과학적으로 식중독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교육부로부터 식중독 발생 학교 위치, 영양사·조리사의
경력과 정규직 여부, 지하수 사용 등의 자료도 받았다. 방대한 자료를 손에 쥐었지만 어떻게 분석해 시각화할지 막막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 본 적 있어?" "좋은 얘기이긴 한데…." 미심쩍어하는 상사들을 설득했고 정부 산하 IT 관련 연구원의
소개로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을 만나 석 달간 함께 작업했다.
작년 봄에 1차 결과물이 나왔다. 예를 들어 '지하수를 쓰는 기숙사가 있는 부산 지역 고교에선 금요일에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 발생 위험이 가장 크다'는 식이었다. 또 부산에선 7·8월 한여름보다 9월에 주로 병원성(性)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이
많았고, 요일 중에선 월·수·금에 많이 발생했다. 부산식약청은 올해부터는 기숙사 유무(有無), 지하수 사용 여부, 쓰레기
소각장과 식당 간 거리까지 따져서 미리 학교들을 선정하고 예방 컨설팅에 나섰다. 그 결과 부산 지역의 식중독 환자 수는
올해 상반기에 작년 대비 69.2%가 줄었다고 한다.
본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 조씨의 식중독 예측 지도 발표에 주목했고, 전국 차원에서 분석해 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그는 중앙무대인 본부로 영전(榮轉)하는 기회를 얻었다.
앞으로 국내 포털의 검색어 통계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뭔가 확실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며칠 전 식약처가 있는 충북 오송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런데 그는 수입식품정책과에서 수입업체들의 통관 여부 질의와 정식으로 수입 허가를 받은 품목인지를 묻는 소비자들의
민원 처리를 맡고 있었다. "아니, 식중독을 확 줄이겠다는 것이 꿈 아니었어요?" "에이, 제 뜻대로만 됩니까?
본부에서 일할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거죠. 지금 하는 일도 국민 건강에 엄청 중요한 것이고요." 말을 아끼는
그의 답변엔 어색함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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