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전시·공연

龍顔 드러낸 채 임금님 행차요-이화여대 박물관'근대회화'展

바람아님 2014. 11. 19. 11:09
      

 

 
           
'대한제국 동가도'에서 고종이 등장하는 장면. /이화여대박물관 제공
     

 

곤룡포에 익선관을 갖춘 고종이 가마 타고 행차에 나섰다. 말 위에서 갖가지 기예를 펼치는 병사들, 문무백관의 행렬, 태평소를 부는 군병의 볼록한 뺨까지 생생하다. 세로 19.5㎝, 가로 1746㎝의 이 두루마리 그림은 '대한제국 동가도(動駕圖)'. 구한말 장중했던 어가 행렬을 묘사한 궁중 기록화다.

이화여대박물관(관장 장남원)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근대회화-대한제국에서 1950년대까지'에서 이 그림을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왕을 묘사하지 않는 기존의 의궤(儀軌)와 달리 왕의 얼굴을 그렸다는 것.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얼굴을 드러내는 일 자체가 금기였으나 이 그림에선 고종이 4번 등장한다. 목각 도장을 찍고 채색을 가미하는 기존의 인각 채색법이 아니라 서양화법을 활용해 일일이 손으로 그린 것도 흥미롭다.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 채용신(1850~1941)의 작품으로 전해지지만, 필치나 행렬 순서 등이 정확하지 않아 제작 연대와 작가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있다. 박물관은 "그림 속 기록으로 볼 때 삼군부 설치가 공식화한 1868년 3월 23일에서 7월 2일 사이의 행사 장면"이라며 "채용신의 원본을 모사한 후대작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근대적 표상이 도입된 대한제국기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미술의 변화 궤적을 보여주는 전시다. 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근대회화 100여점을 5개 주제로 정리했다. 김은호·이상범·장우성 등 한국 근대화단의 성장을 주도했던 화가들의 작품, 김활란 등 이화여대 관련 인사들이 주축이 돼 발족한 '금란묵회' 회원들의 그림도 공개된다. 이종우가 1926년 프랑스 파리에 머물 때 한국인 유학생을 모델로 그린 '독서하는 친구', 도상봉의 1933년작 '도자기와 여인좌상'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내년 4월 11일까지. 무료. (02)3277-3152

"이 닦아라" "머리 깎아라"..대한제국 교과서에서 가르친 것들

 

"모발(毛髮)은 신체의 기(氣)와 혈(血)을 배설(排泄)하는 것이다. 이는 초목(草木)이 땅에서 자라는 것과 같다. 초목이 성한 곳한 그 토질이 척박해지기 때문에 머리를 자주 깎으면 정신이 상쾌하여 눈과 귀가 맑아지느니라" <제 14장 모발편>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면서 토양의 영양분을 빼앗는 것과 같은 이치로 모발이 자라면서 신체의 기와 혈을 빼앗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자주 깎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한제국(1897~1910) 시기 근대 교과서에 등장하는 문구로, 삽화와 함께 보건 위생과 같은 계몽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오른쪽 페이지부터 이어지는 근대 교과서 사본. 모발과 치아 등 신체 위생 교육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제공=이대박물관]이어지는 제 15장 '치아(齒牙)'편에서는 "치아(齒牙)는 음식을 씹는 기계라 당연히 이물질이 끼어 상하기 쉽고 냄새가 나기 쉽다. 그러므로 우리는 소금으로 자주 깨끗이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역시 치아 위생에 대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관장 장남원)이 대한제국 시기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근대회화의 태동과 발전과정을 담은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다.

대한제국 시기와 관련된 회화인 '대한제국동가도', '명성황후발인반차도' 등과 함께 당시에 발행된 우표와 교과서 등이 함께 전시돼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전통서화를 계승하고 후진을 양성했던 안중식, 조석진, 강진희, 김규진, 이도영의 작품과, 이들로부터 수학한 김은호, 이상범, 노수현, 장우성, 김기창 등 1920년대 이후 한국 근대화단의 성장을 주도했던 대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또 1915년 이후 고희동을 필두로 일본에서 서양화를 배우고 돌아온 유학생이었던 이종우, 김인승, 박영선, 김환기 등 한국 근대 서양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주요 아카데미즘 작가들의 근대적 창작활동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오는 12월 12일에는 '수수께끼에 싸인 고종의 고둥', '황제국의 선포, 그 긴박했던 순간들의 기록'이라는 주제로 각각 대한제국동가도와 명성황후발인반차도를 해석하는 학술 강연의 시간이 마련돼 있다.

전시는 2015년 4월 1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