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막하는 동국대 특별전서 전시]
석가여래 앞에 무릎 꿇은 여성 뒷모습이 등장한 최초의 그림
1459년 광평대군 부인 신씨 발원 "붓으로 그린 듯 세밀한 묘사 완벽"
왕자인 남편을 잃고 출가(出家)한 여인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조선 최고(最高)의 목판 변상도(變相圖·불경의 내용을 표현한 그림)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동국대박물관(관장 정우택)은 16일 "일본 미에현 쓰시(津市)의 사찰 세이라이지(西來寺)가 소장한 조선 세조 때의 '목판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18일 개막하는 특별전 '108번뇌로부터 해탈-각즉불심(刻卽佛心)'에서 최초로 공개한다"고 밝혔다.이 작품은 1459년(세조 5년) 세종의 5남 광평대군(1425~1444) 부인 신(申)씨가 왕실의 안녕을 빌며 발원한 것으로 석가여래 앞에 무릎 꿇고 불법(佛法)을 구하는 여성의 뒷모습이 등장하는 국내 최초의 그림이다. 일본 현지에서도 한 번도 전시되지 않았던 이 판본이 사찰 밖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현존하는 조선 변상도 중 단연 으뜸"
묘법연화경은 신씨가 시아주버니이자 당시 국왕인 세조 부부·세자의 복을 빌고, 19세에 요절한 남편과 시부모(세종대왕 부부), 세조의 요절한 장남 의경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시주해 만든 것이다. 병풍처럼 접는 절첩본(折帖本) 7책 한 질로 구성됐으며 첫 권 앞부분 5개 면에 걸쳐서 변상도(세로 25㎝, 가로 53㎝)를 인쇄했다.
- 일본 세이라이지(西來寺)가 소장한 ‘목판본 묘법연화경’(1459) 변상도가 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았다. 석가 앞에 무릎을 꿇고 법을 구하는 여성의 뒷모습(굵은 점선)이 등장하는 최초의 그림이다. /동국대박물관 제공
이 작품은 이후 조선 변상도의 모델이 됐다. 1463년 왕실이 설치한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간행한 언해본 '묘법연화경'이 이 그림을 그대로 차용했을 정도다. 정 관장은 "나무에 새겨 찍어낸 그림임에도 마치 가는 붓으로 그려낸 것처럼 섬세하고 활달한 필선(筆線)의 수준이 조선시대 변상도 중 단연 으뜸"이라며 "이 그림 이후에는 뒷모습이 담긴 여성 청법자가 조선시대 법화경 판화의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세종대왕을 비롯해 당시 국왕 세조, 다음 왕인 예종까지 한꺼번에 발원문에 등장하는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변상도가 포함된 1권과 발원문이 있는 마지막 7권이 공개된다.
◇남편 잃고 출가한 왕자 부인이 발원
발원자 신씨는 1444년 남편 광평대군이 천연두로 세상을 뜨자 곧바로 출가(出家)해 승려가 됐다. 조선 초 세조~성종대에 불경이 활발하게 간행되도록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당시는 왕위를 찬탈한 세조가 정치적 안정을 찾았으나 장남 의경세자가 25세에 요절해 왕위 계승에 위기를 맞은 시기. 정 관장은 "왕실의 한 사람인 신씨가 자식 잃은 왕과 왕비의 비통한 심정을 위로하면서 왕권이 공고해지기를 기원한 것"이라며 "발원문에서 남편인 광평대군보다 조카인 의경세자의 이름이 앞서 기록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불경 속 판화의 세계를 조명하는 이번 동국대 특별전에는 이 변상도를 포함해 47점이 출품된다. 목판 변상도는 오직 치밀한 각선(刻線)만으로 숭고한 불법(佛法)의 세계를 구현한다. 쓰고 새기고 찍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는 판본 제작은 그 자체가 수행의 한 방편이었다. 1463년 간경도감에서 간행한 묘법연화경 변상도가 비교 전시되며, 1474년 판본인 지장보살본원경(송광사 성보박물관 소장)도 볼 수 있다. 전시는 12월 19일까지. (02)2260-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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