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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울한 날, 마음 밝혀준 책들 - 2014 올해의 책

바람아님 2014. 12. 14. 17:32

(출처-조선일보 2014.12.13  조선일보 Books팀)


팍팍하고 신산스러운 삶 때문일까. 자본주의 경제를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책들이 '올해의 책' 목록에서 강세를 보였다.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비판하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글항아리)이 

출판 전문가와 독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올해의 책' 1위에 올랐다. 2위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부키), 

3위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색칠 놀이 책 '비밀의 정원'(클)이 차지했다.


/토픽이미지


2014년 '올해의 책'은 

출판사 대표와 편집자, 서점 관계자와 

출판평론가 등 조선일보 Books팀이 

위촉한 전문가 선정위원 30명이 5권씩 

추천하고, 교보문고 회원 1146명이 

문학, 경제·자기계발, 인문·역사, 

정치사회·과학, 예술·실용 등 

5개 분야에서 각각 1권씩 5권에 투표했다. 

선정위원과 교보 회원의 

책 추천 비율을 5대5로 합산해 최종 선정했다. 

자사(自社) 출판 책 추천은 제외했다.


상위권 순위는 전문가와 독자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드라마 '정도전'에 힘입어 베스트셀러가 된 

'정도전과 그의 시대'(옥당)는 

교보 회원 177명(15%)이 추천해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와 함께 

독자 투표에서 5위권에 올랐지만 전문가 추천을 

받지 못해 아깝게 10위 밖으로 밀렸다. 

ㅡ조선일보 Books팀


 

	우울한 날, 마음 밝혀준 책들
["富裕稅 걷자" 불평등 논쟁으로 세계적 열풍]

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 지음|장경덕 외 옮김|글항아리|818쪽|3만3000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의 표현에 따르면 올해는 '피케티 패닉(panic)'의 해였다.

1970년대 이후 선진국에서 소득 불평등이 크게 증가했으며, 불평등의 악순환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누진적 소득세와 글로벌 자본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의 책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초부유층에 최대 80%의 '부유세'를 걷자"는 저자의 제안이나 통계 해석의 적합성을 둘러싼 

논쟁에는 '파이낸셜 타임스' 같은 언론과 세계적 석학이 앞다퉈 뛰어들었다.

"이 책은 지난 시기의 생산성 향상이 누구를 위한 성장이었는지 되묻고 있다"는 

브래드포드 들롱 미 버클리대 교수의 평가처럼 눈부신 기술 발전이나 경제성장에도 여전히 녹록지 않은 삶에 지친 

영미권 중산층 독자들이 먼저 이 책을 집어들었다.

저자 자신은 마르크스의 '자본'에 대해 "읽기 어려웠고 영향력도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1세기 자본'이라는 논쟁적 제목도 책의 인기에 날개를 달았다. 

국내에서도 지난 9월 출간 이후 7만부가량 팔렸다. 

피케티 논쟁에 대한 해설서와 저자의 전작(前作) 등 '파생 상품'도 더불어 인기를 얻었다.

 

	우울한 날, 마음 밝혀준 책들
[30대 여성, 색을 채우고 스트레스는 비웠다]

비밀의 정원|조해너 배스포드 지음|클|96쪽|1만2000원


세상에는 불편해서 오히려 우리를 근원적인 세계와 밀착시켜 주는 것들이 있다. 

올해 한국 독자들은 '색칠 놀이'를 그 목록에 추가했다. 

영국 일러스트 작가가 지은 '비밀의 정원'을 펼치면 흑백의 밑그림들만 그득하다. 

20~30대 여성들은 두어 시간씩 색칠에 몰입하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8월 말부터 가을을 건너는 동안 20만부가 판매됐다. 판권을 따는 데 쓴 선인세는 수백만원. 1억원씩 지르는 출판사들이 

땅을 칠 일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 1~2위를 다투자 서점에는 컬러링북이 20여종 쏟아져 나왔다. 

독자는 20~30대 여성이 60%. 색칠을 완성하고 SNS에 올리며 성취감을 맛본다. 

아날로그 감성 때문에 뜬 책이 디지털 루트를 통해 퍼져 나간 것이다. 

"색칠이라는 손노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책"(문학평론가 장은수)이라는 평이다.


	우울한 날, 마음 밝혀준 책들
['59년 돼지띠'가 바라본 대한민국]

나의 한국현대사|유시민 지음|돌베개|424쪽|1만8000원


'정치에 실패한 후 문필업으로 돌아온 자유주의자'로 자신을 규정한 저자가 바라보는 한국 현대사. 

부제를 '1959-2014, 55년의 기록'으로 한 이유는 저자가 '1959년 돼지띠'인 까닭이다. 

동갑으로 가수 이문세와 김흥국, 여자 농구 스타 박찬숙, 김영삼 대통령 차남 김현철과 

전두환 대통령 장남 전재국, 국회의원 심상정 등이 있다고 그는 적었다.

대한민국은 55년 전과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좋은 쪽으로 바뀐 것은 분명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1959년에는 평등하게 가난한 독재국가였지만 2014년 현재는 불평등하게 풍요로운 

민주국가가 됐다고 지적한다. 

"냉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번민하는 당사자로서 우리 세대가 살았던 역사를 돌아보았다"는 

저자의 말처럼 주관을 강하게 표현했다. 

10만5000 독자가 이 책을 서가(書架)에 꽂았다.

 

	우울한 날, 마음 밝혀준 책들
[베이비붐 세대의 서글픈 자화상]

투명인간|성석제 지음|창비| 370쪽| 1만2000원


베이비붐 세대의 성장기와 사회사(社會史)를 형상화한 장편소설이다.

화창한 5월, 서울 마포대교에 한 사내가 서 있다. 

그 사내는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투명인간이다. 

그 곁을 또 다른 투명인간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자전거를 탄 투명인간은 마치 자살을 하려는 듯 서 있는 투명인간을 이내 알아본다.

이 소설에서 투명인간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그 존재감을 상실했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소외 계층'을 상징한다. 

그 투명인간은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난 뒤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최하층으로 전락한 계층의 전형(典型)이다. 

주인공은 1960년대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난 김만수(金萬壽)다. 그의 일대기를 주변 인물 30여명의 입을 통해 재구성한다. 

성석제 소설 중에서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우울한 날, 마음 밝혀준 책들
[미디어는 당신의 불안을 먹고 삽니다]

뉴스의 시대|알랭 드 보통 지음|최민우 옮김|문학동네|304쪽|1만5000원


평범한 일상에서 철학적 성찰을 길어올리는 인기 작가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뉴스 사용 설명서'다. 

드 보통은 우리 사회를 뉴스 중독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현대인은 뉴스에서 눈을 떼면 마치 자신이 시대에 뒤처지는 듯한 불안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드 보통은 "뉴스는 겁먹고 동요하고 괴로워하는 대중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정치·해외·경제·셀러브리티(유명 인사)·재난·소비자 정보로 분야를 나눠 각 뉴스의 속성과 특징을 

서술한다. 드 보통은 뉴스에 거리를 두고 스스로 판단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독자에게 권한다.

이 '일상의 철학자'를 지지하는 주요 독자층은 30~40대 여성이지만 

이 책은 남성 독자의 호응이 컸다. 8월 말 출간 이후 석 달여 만에 4만3000부가 팔렸다.



	우울한 날, 마음 밝혀준 책들
[경제학 주요 이론의 장점을 섞은 칵테일]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장하준 지음|김희정 옮김|부키|496쪽|1만6800원


신고전주의와 마르크스주의, 케인스학파처럼 상충하는 경제학파의 이론을 뒤섞어 

'경제학 칵테일'을 만든다.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사다리 걷어차기' 등으로 총 150만부의 판매량을 

올린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라면 충분히 가능한 구상이다.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줄 경제학의 '절대반지'는 존재하지 않기에 각 학파의 장점을 

이종교배(異種交配)한다는 관점에서 써나간 경제학 서적. 지난 7월 출간 이후 30쇄를 거듭하며 

15만부를 기록했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는 경제학 입문서를 쓰자'는 대중적 글쓰기 

전략에 30~40대 남성 독자들부터 뜨겁게 반응했다.


영미(英美)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빼놓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진보적이지만, 

20세기 후반 개발도상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강력한 정부 개입 덕분에 가능했다는 시각에는 보수성도 혼재한다. 

경제학파의 진영 논리에서 비켜선 듯한 '장하준표(標) 경제학'의 독특한 매력도 책의 인기에 한몫했다는 평이다.

최근에는 30여분의 저자 인터뷰(DVD)를 곁들이고 반(半)양장에서 하드 커버로 옷을 갈아입은 버전도 출간됐다.


	우울한 날, 마음 밝혀준 책들
[빵을 빵 되게 굽는 日시골부부의 이야기]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 지음|정문주 옮김|더숲|236쪽|1만4000원


빵을 돈 되게 굽는 게 아니라 빵을 빵 되게 굽기 위해 시골 오지로 내려가 

천연 효모로만 빵을 굽는 이타루 부부의 이야기가 묵직한 감동을 안겨줬다. 

착취와 탐욕 없이 노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생명의 경제', 자연 섭리에 따라 부패도 하고 

순환도 하는 천연균처럼 ‘작지만 진짜’인 인생으로 가는 비결을 일깨워준 책이다.


이타루 부부가 자연 재배를 고집하는 농부들, 누룩균이 잘 살아나도록 도와주는 죽세공 장인, 

발효의 비밀을 알고 있는 200년 양조장과 협업하며 공존해가는 모습이 특히 인상 깊다. 

책을 읽고 빵집이 있는 일본 오카야마현 가쓰야마까지 찾아가는 한국인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1만5000부 팔려나가며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우울한 날, 마음 밝혀준 책들
[섬세하고 애절하게 담아낸 비극의 현대사]

소년이 온다|한강 지음|창비|215쪽|1만2000원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장편소설이다.

 비극의 현장을 절제된 감성으로 재구성했다. 사실에 기초한 서사가 유연하게 흐른다. 

작가의 섬세한 감수성에 의한 서정성이 애절하게 빛난다.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진 중학생 소년을 기억하는 소설이다. 

그 소년을 중심으로 광주의 비극에 참여한 사람들의 아픔이 다면적으로 반영됐다.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5·18을 유년기에 겪은 작가가 생존자와 유가족을 취재해 다양한 화자의 시점으로 역사의 기억을 형상화했다. 

올해 만해문학상을 받았고, 최근 영국의 그란타북스와 계약을 맺어 내년 1월 영어판이 나올 예정이다.


	우울한 날, 마음 밝혀준 책들
[때론 한 여자를 잃는 게 모든 여자를 잃는 것]

여자 없는 남자들|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양윤옥 옮김|문학동네| 337쪽| 1만3800원


'어쨌든 그 뒤 한 차례 침묵이 있었다. 

도로 한가운데 뻥 뚫린 깊은 구덩이를 양끝에서 둘이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침묵.'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은 단순 명쾌한 문장의 연속이지만 때때로 그 문장 사이에 구멍이 뚫려 있다. 

소설의 인물들이 그 구멍 속으로 빠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일쑤다. 

그 구멍은 종종 남녀 사이의 이별로 인해 생겨난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고, 

그 후 그녀가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이다.(중략) 한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때로 한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모든 여자를 잃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은 개별적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고 이별을 겪은 뒤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을 담은 단편 소설집.


	우울한 날, 마음 밝혀준 책들
[감동적인 글, 기교 아닌 진심에서 나온다]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 지음|메디치|328쪽|1만6000원


인터넷 서점 인터파크도서가 올해 상반기 '남성 베스트셀러'로 꼽은 책이다. 

대통령과 글쓰기라는 주제가 남성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며 5만부가 팔렸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8년간 활동한 저자가 대통령과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연설문에 열의가 대단했다. 연설문을 올리면 깨알 같은 글씨로 직접 수정해 되돌려 

보냈다. 고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녹음테이프를 보내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서관실에 글쓰기 지침을 내렸다.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 되네' '문장은 최대한 단문으로 쓰게' '~등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저자는 "글의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쓰고 싶은 내용에 진심을 담아 쓰면 된다"고 말한다.




[올해의 책 선정해주신 분들]


교보문고 회원 1146명, 강맑실 사계절 대표, 강무성 열린책들 주간,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강심호 살림 기획국장, 

고세규 김영사 이사, 고영은 뜨인돌 대표, 김기중 더숲 대표, 김수진 푸른숲 부사장, 김언호 한길사 대표,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 박신규 창비 문학출판부장, 박윤우 부키 대표, 박정남 교보문고 전략구매팀 과장, 

박종만 까치글방 대표, 박준표 인터파크 MD, 박하영 알라딘 도서1팀장,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 

신동해 민음사 편집부장, 양원석 RHK 대표, 염현숙 문학동네 국장, 이갑수 궁리 대표,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편집장, 

이지영 예스24 도서팀장, 이진숙 해냄 편집장,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조미현 현암사 대표, 주명석 21세기북스 이사,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 표정훈 출판평론가, 황수현 휴머니스트 편집장(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