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 프랑스·일본은 기업 減稅, 거꾸로만 가는 한국

바람아님 2015. 1. 3. 09:30

(출처-조선일보 2015.01.03)

프랑스가 2년 시한으로 도입했던 부유세(富裕稅)를 1일자로 폐지했다. 프랑스 부유세는 기업이 100만유로(약 13억원) 넘는 연봉을 주면 초과분에 대해 사회보험 부담금을 포함해 최대 75%의 세금을 기업에 매기는 것이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2012년 대선(大選)에서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내세웠던 공약이다. 처음엔 개인에게 과세하려 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고 기업에 부담을 떠넘겼다.

프랑스가 지난 2년간 부유세로 거둔 세금은 4억2000만유로(약 5600억원)로 목표 세수의 2%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법인세율(33%)이 높은데 부유세까지 겹치자 850여 프랑스 기업들이 본사를 스위스로 옮기는 등 '세금 망명(亡命)'이 만연했다. 스위스 법인세율은 12%에 불과하다. 그 결과 프랑스는 3년 연속 0%대 초반 성장률에 머물렀고 실업자 수는 작년 11월 사상 최고인 350만 명으로 치솟았다. 올랑드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부유세를 폐지하고 일자리를 만든 기업에는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세계 최고 수준인 35%의 법인세율을 유지하던 일본도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업 감세(減稅)에 나섰다. 일본은 올 4월부터 법인세율을 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장기적으론 세율을 20%대까지 낮출 계획이다. 중국·한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기업 감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얘기다.

하지만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기업소득환류세라며 기업 이익의 80% 이상을 임금 인상, 배당, 투자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추가로 기업 이익에 10%의 세금을 더 매기기로 했다. 사실상 법인세 인상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에 대해 법인세율을 2.2%포인트 인상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한술 더 떠 현재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황기에 기업에 세금 부담을 얹으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법인세수도 덩달아 줄어들 위험이 크다. 세계 주요국들이 재정(財政)이 어려운데도 법인세를 낮춘 이유는 그 때문이다. 어느 정책이든 시기 선택이 중요하다. 지금은 기업의 기(氣)를 살리고 경기에 불을 땔 방법을 찾을 때다. 기업에 세금 더 내라고 윽박지르면 투자 의욕만 위축될 뿐이다


[동아일보 2015-1-3 일자]

[사설]프랑스 좌파정부가 市場에 항복한 것을 보고 배우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1일자로 대선 공약인 부유세를 폐지한 것은 ‘시장의 힘을 거스르는 정책은 실패한다’는 교훈을 준다.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2013년부터 연간 100만 유로(약 13억2000만 원) 이상의 고연봉자에게 최고 75%의 세금을 걷었다. 그러나 2년간 거둔 세수가 전체 소득세의 1% 미만에 불과한 데다 850여 개 기업이 해외로 본사를 옮겨 되레 국부(國富) 유출이 심해졌다.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세금을 피해 국적을 바꾸었다. 무엇보다 성장률 0%대에 실업률은 10%를 넘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부자 때리는 ‘세금 폭탄’을 2년 만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인 지난해 로스차일드 금융그룹 출신의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을 발탁해 107개 경제법안 등 시장 친화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일요일 영업을 허용하고, 법조인 공증인 등 전문 직종의 진입장벽을 없애며, 고용을 늘린 기업에는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 규제 폐지와 경쟁 촉진이 핵심이다. 노동자나 실업자만 보호할 게 아니라 일자리 만드는 기업과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을 보호하는 것이 진짜 ‘진보’라는 마크롱의 개혁법안에 프랑스 국민의 60% 이상이 지지한다.

올해도 프랑스를 포함한 세계 경제는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신년사들을 내놨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확대하겠다”고 했고,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차별화한 고객 가치”를 강조했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신사업을 통한 미래 경쟁력 확충”을, SK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기존의 판을 바꿀 전략적 혁신”을 화두로 내걸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기획재정부 시무식에서 “개혁이 밥 먹여준다”며 유럽의 선진국이 비틀거리는 것도 개혁에 실기(失機)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동 개혁에 힘쓰겠다면서 정규직의 노동 경직성을 줄이는 대신 60세 정년 연장,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같은 개혁안을 앞세워서는 기업 부담만 늘릴 우려가 크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는다. 말끝마다 진보를 외치는 야당, ‘경제민주화’ 공약에 부채의식을 지닌 여당은 프랑스 좌파정부의 ‘전향’을 보고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