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1.05 이성훈 파리 특파원)
유럽의 불법 이민자 문제와 그 반작용으로 극우 세력의 득세는 '새롭지 않다'는 점에서
이제는 '뉴스'가 아니다. 그럼에도 유럽 신문에는 거의 매일 관련 뉴스가 비중 있게 나온다.
이민자 범죄, 극우세력의 테러, 이민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 등 날짜와 장소, 숫자만 바뀌며
대동소이한 기사가 반복된다. 지금 유럽은 경제보다 이민·극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극우·이민 이슈가 가장 드라마틱하게 전개된 곳이 스웨덴이다.
최근 몇 달 사이에 극우·이민 이슈가 가장 드라마틱하게 전개된 곳이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유럽에서도 이민에 가장 관대한 나라다. 약 2년 전부터 내전을 피해 온 시리아 난민에게
유럽 최초로 영주권을 주고 있다. 원칙적으로 이민자에 대해서도 자국민과 동일한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가뜩이나 나라 살림이 어려운데, 이민자까지…"라는 불만이 국민 사이에서 비등하다.
이 틈을 노리고 '이민자 제한'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 스웨덴민주당이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총 349석 중
49석을 차지하며 중도 좌·우파 사이에서 확실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스웨덴민주당은 소수 중도좌파 연정(聯政)이 제안한 새해 예산안을 제1 야당인 우파연합과 합세해 부결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손발이 묶이게 된 스테판 뢰프벤 총리는 "총리직에서 사퇴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고 맞섰다.
여론조사 결과 선거가 열리면, 야당인 우파연합의 집권 가능성이 컸다.
보통의 경우라면 우파연합이 스웨덴민주당의 '이민자 제한'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며 연대해 정권을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스웨덴 정치의 반전이 일어난다.
좌파 연정과 우파연합은 지난 연말 '12월 합의'라고 불리는 정치적 대타협에 성공했다.
좌파 연정과 우파연합은 지난 연말 '12월 합의'라고 불리는 정치적 대타협에 성공했다.
야당인 우파연합은 조기 총선을 포기하고 2018년까지 정부 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지지 않는 방식으로 좌파 연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2018년 총선에서 중도 좌·우파 어느 한쪽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득표율에 상관없이 우파가 집권하도록 합의했다.
야당인 우파연합으로선 조기 총선을 통한 정권 탈환, 여당인 좌파 연정은 2018년 총선에서의 재집권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정당의 제1 목적이 정권 획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정당의 제1 목적이 정권 획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두 정파가 대타협에 이른 것은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정치판을 흔드는 걸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뢰프벤 총리는 "스웨덴이 정치가 가능한 국가라는 걸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웨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약 13%의 만만찮은 득표율을 보여줬다.
스웨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약 13%의 만만찮은 득표율을 보여줬다.
좌파든 우파든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명분을 붙여 얼마든지 연대해 정권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당의 정체성, 나아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에 직면할 때,
스웨덴 정당은 집권(執權)이라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
20세기 초만 해도 좌우·노사 간 갈등이 극심했던 스웨덴은
이후 수차례의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지금의 안정적인 복지국가를 건설했다.
스웨덴은 복지 강국 이전에 정치 강국이었던 셈이다.
우리가 스웨덴에서 주목해야 할 것도 복지보다 이런 정치 문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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