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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읽기] 北 김정은의 개혁·개방 딜레마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바람아님 2015. 1. 19. 11:47

(출처-조선일보 2015.01.19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首領 체제 버티는 내부서도 개혁 열망 커 急變 사태 가능
南南 분열 책동하는 金의 '회담' 제의 진실성 의심돼
北 무력 도발과 체제 변화에 유연한 대비 전략 갖춰야

개혁·개방은 북한 체제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구조적 모순과 침체에 봉착한 '우리식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더 이상 설 땅이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사회주의 체제 붕괴는 사적(私的) 소유와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한 데 따른 노동생산성 급감이 그 핵심 요인이다. 북한의 경우, 사회주의 내재적 모순에 더해 세습 독재 장기화로 인한 권력 엘리트의 부패와 무능이 위기를 가속해왔다. 북한식 명령 경제는 사실상 와해 상태에 도달하고 있다. 그나마 경제가 연명하는 것은 주민들에 물질적 주(主) 공급원인 '장(場)마당'을 북한 당국이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회생을 위해 시장 방치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도 하고 심지어 대남 전략이 변화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회주의 체제의 개혁·개방 성공 사례는 중국이 유일하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성공 비결은 일당 체제로 안정과 질서 확보, 특구 방식으로 점진적 자본주의화, 수출 주도 전략으로 세계경제로의 편입을 실천한 데 있다. 그는 체제 전환을 주도하면서 '흑묘백묘론'과 '중국 특색(特色) 사회주의' 슬로건을 내걸었다. 과감한 자본주의화를 시도하면서도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버리지 않았다. 잘살게 해주겠다며 실용적으로 중국 인민을 설득하면서도 공산 권력의 정통성을 포기하지 않는 용의주도함이 있었다. 그러나 개혁·개방의 여파로 천안문 사태의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주체와 선군 이념으로 화석(化石)화된 북한이 과연 개혁·개방 과정에서 중국이 겪은 험로와 격변을 견뎌낼 수 있을까. 우선 반세기가 넘도록 지속된 주체 중심 '수령 유일 영도' 통치 이념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변용과 수정이 불가피하고 주민들 재교육이 급선무다. 무엇보다도 권력 상부의 확고한 변화 의지가 필수고, 치밀한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북한의 딜레마는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를 회생시켜야만 체제 존립이 가능한데, 개혁·개방은 속성상 수령체제와 양립이 불가능하고 종국에는 수령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데 있다. 김정은이 정권 세습 3년차를 맞아 재천명한 핵·경제 병진전략, 선군 정치 계승, 그리고 강도 높은 '군사강성대국' 건설 구호는 정권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개방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대신 시장의 양성화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고 시장화가 급진적으로 진행된다면, 내부로부터의 개혁·개방 요구가 솟구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급변 사태로 연결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문제는 이처럼 내부 딜레마에 직면하고도 김정은 정권이 비대칭 전력 등 무력 증강에 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 국방백서'가 소형화된 핵탄두의 이동식 미사일 탑재 위협을 지적했고, '2015 통일대전·7일전쟁 작계(作計)' 등 김정은의 무력통일 야욕도 식지 않고 있다. 한·미 연합방위의 견고함으로 충분히 억지가 가능하지만, 절대 권력을 장악한 과격 무모한 젊은 독재자의 호전성이 문제다.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최고위급 회담 용의'를 밝히고도 한·미 군사훈련 중단에 공세를 집중하는 것은 불길한 징후다. 수십 년간 한·미 동맹 와해를 주창해 온 대남 혁명전략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소니 영화사 해킹 주범이 북한임을 확인하고 고강도 대북 제재에 나선 미국에 대해 "남북관계를 방해한다"는 적반하장식 역(逆)선전을 상투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끊임없는 '민족·반미' 중심의 대남 정치 선동과 남남 분열 책동은 대화 제의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한다. 미국이 북핵을 포기시키기 위해 '최고 수준(full force)'의 전방위 제재를 다짐하는 상황에서 한·미 제재 공조의 전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북한 변화를 대북·통일 전략의 이상적 목표로 상정하되, 현실적으로 무력 도발과 체제 급변에 대비를 병행 실천하는 전략적 유연함을 견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