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氣칼럼니스트/진중권칼럼과쓴소리 174

[진중권 칼럼] 이야기와 정치

중앙일보 2022. 12. 29. 01:01 「 역사의 질곡이 된 민족주의 서사 극단적인 자유 지상주의 목소리 모두 ‘공동체의 적’ 배제에 악용 좌든 우든 청산주의 정치 경계를 」 “이승만 때 친일 청산이 안 된 업보를 짊어져 지금까지 우린 77년을 고통 속에 살았다. 다시는 밀정이나 변절자들이 지금처럼 죄책감 없이 살아가면 결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강남의 어느 술집에서 새벽까지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제보자 B씨가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글의 취지는 자신의 여자친구인 첼리스트 A씨가 지금 권력의 압력을 받아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보가 허위로 드러났으면 사과를 해야 하나, 이를 거부하고 제 행위를 정당화하려다 보니 음모론적 상상력..

진중권 "정치인이 가난한 사람 찾으면 다 빈곤 포르노?…적당히 했으면"

중앙일보 2022. 11. 17. 00:08 동남아 순방 중 심장병 소년의 집을 찾아 사진을 찍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빈곤 포르노' 등의 비판이 야권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 진중권 작가는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 작가는 16일 오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게 왜 비판을 받아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김 여사에 대한 과도한 공격 바탕에는 일종의 여성 혐오가 깔려있다"고 했다. https://v.daum.net/v/20221117000808077 진중권 "정치인이 가난한 사람 찾으면 다 빈곤 포르노?…적당히 했으면" 진중권 "빈곤포르노 부적절, 여성혐오 깔려있다…적당히 해라" 동남아 순방 중 심장병 소년의 집을 찾아 사진을 찍은 김건희 여사에 대..

[진중권 칼럼] 공동체적 책임

중앙일보 2022. 11. 3. 00:52 아득한 옛날 사람들은 재앙이 오면 ‘원인’을 찾는 대신 대신 ‘범인’을 잡아 없애곤 했다. 물론 그걸로 문제가 해결될 리 없지만, 이 주술적 관행이 적어도 그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은 주었을 게다. 우리는 거기서 얼마나 진화했을까? 사회적 재난은 대개 구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사고의 재발을 막으려면 사고의 복잡한 구조와 연관된 요인들 하나하나를 제거해 사고 확률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접근은 우리 사회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https://v.daum.net/v/20221103005232440 [진중권 칼럼] 공동체적 책임 [진중권 칼럼] 공동체적 책임 아득한 옛날 사람들은 재앙이 오면 ‘원인’을 찾는 대신 대신 ‘범인’을 잡아 없애곤 했다. 물론..

[진중권 칼럼] 두 개의 프로파간다

중앙일보 2022. 10. 6. 01:06 「 러시아는 왜 싸우는지 명분 없어 ‘조국 전쟁’ 허황한 망상으로 세뇌 우크라이나, 지키려는 명분 뚜렷 젤렌스키의 탁월한 설득도 한몫 」 ‘전쟁의 첫 희생자는 진실’이라는 말이 있다.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전황.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희생된 진실은 ‘전사자수’. 양국 모두 자국의 피해는 되도록 감추려 하고, 상대의 피해는 턱없이 과장한다. 러시아군은 개전 이후 이제까지 자국 병사 6000여 명이 전사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집계는 다르다. 러시아군의 전사자수가 10월에 들어와 이미 6만 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진실은 아마도 6000과 6만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게다. (중략) 한국의 정치는 전쟁이다. 그러다 보니 프로파간다만 난무한다...

[진중권 칼럼] 인공지능, 시대의 흐름인가 예술의 종언인가

중앙일보 2022.09.08. 01:18 「 AI가 생성한 작품, 디지털 아트 1등 그래도 우승자는 그걸 고르는 인간 카메라 나오자 창조 영역 개척했듯 이번에도 AI 뛰어넘어 더 비약할 것 」 얼마 전 미국의 한 온라인 게임 제작자가 AI 프로그램 ‘미드저니’로 생성한 작품을 출품해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아니나 다를까. 해묵은 물음이 다시 제기됐다. 이 논란을 다룬 중앙일보 기사엔 이런 부제가 달려 있었다. ‘시대의 흐름인가, 예술의 종언인가.’ 이 논란의 기원은 저 멀리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옥스퍼드에서 가르칠 때, 그의 강의를 듣는 학생 중에 유명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앨런 튜링.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그가 발명한 ‘유니버..

[진중권 칼럼] 반지하

중앙일보 2022. 08. 11. 00:55 「 빗물에 갇혀 반지하 세 가족 참변 빈부 격차가 생명·생존의 문제로 사회적 취약층 대피계획 중요하나 궁극적으론 ‘탈 반지하’ 계획 필요 」 아주 오래전에 한동안 반지하에서 산 적이 있다. 군 복무 중에 휴가를 맞아 어머니께 인사를 시키려고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갔는데, 마침 그날따라 장대비가 내렸다. 집에 들어가니 어디서 새어 나왔는지 벽에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금도 가끔은 그때 그 아이 심경이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영화 ‘기생충’에도 반지하가 등장한다. 영화가 오스카상을 수상하자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이 독특한 거주공간이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영국의 BBC는 ‘서울에서 반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 제목엔 ‘그런..

[진중권 칼럼] 5·18 단상

중앙일보 2022. 05. 19. 00:43 「 보수 대통령도 민주화 직선제 선출 5·18, 이념 넘어 모두의 정치 자산 누구도 폄훼하거나 사유화 말아야 여당 전원 참석이 통합의 출발 되길 」 엊그제 같은데 그날로부터 벌써 42년이 흘렀다. 젊은 시절 광주는 우리의 영혼이었다. 우리 윗세대가 평생 한국전쟁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우리 세대는 광주학살의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할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왔다. 우리가 젊은 시절에 기성세대의 6·25 얘기를 지겨워했듯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우리가 늘어놓는 5·18 얘기를 지겨워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6·25 얘기를 지겨워했다고 자유를 지키다가 순국한 이들의 희생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들의 희생을 기득권 유지에 써먹는 군사정권의 행태를 미워했던 ..

[진중권 칼럼] 러시아를 어떻게 탈나치화할 것인가

중앙일보 2022. 04. 21. 00:43 「 푸틴, ‘나치즘 해방 위해 전쟁’ 주장 히틀러의 ‘공산주의 해방’과 유사 러시아, 지식인 떠나고 병영국가화 러시아인, 더 나은 삶 살 권리 있어 」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번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를 들여다보니 그곳 상황이 심상치 않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탈나치화’를 내세웠지만, 정작 탈나치화가 필요한 것은 그곳이 아니라 러시아로 보인다. 지금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이 나치 치하의 독일사회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인을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히틀러는 러시아인을 ‘공산주의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계 주민이 사는 크리미아와 돈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