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이솝은 틀렸다

바람아님 2015. 3. 5. 10:32

[J플러스] 입력 2015-02-21

 

 

‘여우와 두루미’라는 이솝 우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여우가 두루미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합니다. 접시에 수프를 담아 두루미에게 먹으라고 권합니다. 여우는 맛있게 수프를 핥아 먹습니다. 그런데 두루미는 뾰족한 부리 때문에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화가 난 두루미는 다음에 여우를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두루미는 호리병에 수프를 담아서 여우에게 줍니다. 두루미는 길다란 부리를 넣고 맛있게 식사를 하지만 여우는 입이 뭉툭해 수프를 먹을 수가 없습니다. 
 이솝은 ‘여우와 두루미’를 통해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두루미는 정말로 접시에 담긴 수프를 먹을 수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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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겨울, 두루미 사진을 찍으러 철원에 갔습니다. 철원은 들이 넓고, 맑은 물이 흐르는 한탄강이 있어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시베리아에서 한반도로 날아와 월동하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다가 경이로운 장면을 봤습니다. 언듯 보면 몸을 납작 엎드려 충성맹세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집단으로 프로포즈를 하는 장면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재두루미가 물을 먹은 장면이었습니다. 평평한 얼음판 위에 고인 물을 먹기 위해 다리를 굽혀 몸을 낮춥니다. 그 다음 목과 부리를 평평하게 해서 바닥을 긁듯이 얇게 고인 물을 퍼먹습니다.  
순간 이솝 우화 ‘여우와 두루미’가 생각났습니다. 사진을 보면 두루미도 접시에 담긴 수프를 먹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식탁이 좀 지저분 해질지 모르겠지만.....
 만약 이솝이 이 장면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이솝은 여우와 두루미의 겉모습만 보고 작가적인 상상력으로 글을 쓴 것 같습니다. 나는 이 사진에 '굿모닝 Mr. 이솝'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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