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전시·공연

미술만이 아닌 도시 전체의 축제로

바람아님 2015. 3. 16. 10:02

입력 2015-03-16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제3회 ‘2015 아트 바젤 홍콩’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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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바젤 홍콩 ‘인사이트’ 부문에 참가한 한국의 갤러리 인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사슴 박제, 나뭇가지, 잎으로 만든 김명범의 설치작품 ‘무제’(2014년)를 살펴보고 있다. 홍콩=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인카운터’ 부문에 싱가포르 아른트 갤러리가 내놓은 인도네시아 작가 에코 누그로호의 설치작품 ‘Lot Lost’(2015년)의 일부인 청동 조각상. 홍콩=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그저 ‘남의 나라 미술잔치’가 아니다. 13일 프리뷰를 시작해 17일까지 열리는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2015 아트 바젤 홍콩’. 3회째를 맞는 이 국제미술전람회는 발을 옮겨 디딜 자리를 살펴가며 움직여야 할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미술계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 시민으로부터 폭발적 호응을 얻은 점에서, 실속 없이 난립한 국내 각 지역 비엔날레와 미술 관련 시설, 이벤트 운영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스위스 ‘아트 바젤’ 주관사 MCH그룹이 홍콩아트페어를 인수해 2년 전 새로 출범시킨 이 행사는 올해 처음으로 5월에서 3월로 개최 시기를 당겼다. 6월 초의 아트 바젤과 간격을 띄운 것. 총 방문객 수는 첫해 6만여 명, 지난해 6만5000여 명이었다. 14일 완짜이(灣仔)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 1층 부스에서 만난 허시영 PKM갤러리 디렉터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북적거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올해는 37개국 233개 갤러리가 7개 부문 행사에 참여했다. 한국 갤러리는 6곳. 이우환 씨 등 주요 작가의 큼직한 설치작품을 중앙부에 줄지어 배치하고 그 양쪽으로 각 갤러리 부스를 앉힌 풍경은 여느 미술박람회와 대동소이하다. 눈길을 끄는 건 그 외곽의 모습이다. 홍콩에 머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행사장을 찾도록 한 공간 구성과 이벤트가 돋보인다.

주행사장 HKCEC는 북쪽 해협 건너로 홍콩에서 가장 높은 118층(약 490m)의 국제무역센터(ICC) 빌딩과 마주 본다. 아트 바젤 홍콩이 열리는 5일간 ICC 건물 전체를 뒤덮은 발광다이오드(LED) 램프가 저녁마다 5회씩 10분 길이의 애니메이션 쇼를 선보인다. 최근 해외 미술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중국 미디어 아티스트 차오페이(曹斐·37)의 영상작품 ‘Same Old, Brand New’다. 도시 구석구석 모든 이가 볼 수 있도록 ‘지금 아트페어가 열린다’고 날마다 알려주는 신호다.

HKCEC 길 건너편 홍콩아트센터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필름’ 부문 상영회가 마련됐다. 관람은 선착순 무료. 점심나절마다 예술가들의 독특한 영상을 보기 위해 몰려온 젊은이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14일 오전 열린 홍콩 엠플러스 시각문화박물관 기자간담회에서 랄스 니트브 디렉터는 “대중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미술작품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유도하는 복합문화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술관에 공연장, 영화관, 테마파크, 광장, 쇼핑몰을 아우른 엠플러스 박물관이 2019년 문을 열면 대중문화와 순수예술 영역의 상호 확장을 추구하는 아트 바젤 홍콩의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높은 호응도는 곧바로 미술시장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15일 “정상화의 회화 3점과 백남준 작품 2점의 거래가 성사됐다. 한 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품 구매 문의가 빗발친다”고 했다. 이날 저녁 HKCEC 앞 그랜드하이엇호텔에서 열린 한국경매회사 K옥션의 첫 홍콩경매에선 단색화 작품이 나올 때마다 추정가의 2배를 훌쩍 넘는 호가 경쟁이 불붙었다. 대부분의 갤러리가 특별전을 마련한 가운데 세계 최대 경매회사 중 하나인 소더비는 한국 단색화를 필두로 동아시아 3국의 ‘아방가르드 아시아’ 기획전을 열었다. 홍콩투자청 앤드루 데이비스 부국장은 “아트 바젤 홍콩이 재출범 3년 만에 아시아 최대 페어의 입지를 굳힌 것은 ‘미술계 인사만 모여 즐기는 잔치’를 지양한 결과”라고 했다.

홍콩=손택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