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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털마저 살아있는 세밀화솜털마저 살아있는 세밀화… 농염한 얼굴로 당신을 유혹하다

바람아님 2015. 3. 20. 20:57

(출처-조선일보 2015.03.19 최보윤 기자)

아모레퍼시픽 식물도록 '비욘드 플라워'

붉은 왕관을 얹은 듯하다. 길게 뻗은 목은 유연하면서도 왠지 강직하다. 
근육질을 자랑하는 듯한 몸짓은 마치 살아있는 듯하다. 
인삼. 세밀화 작가 송훈 선생이 포착한 자태는 고고하기 그지없다. 
곧게 뻗은 줄기부터 뿌리, 잎까지 자연스런 색깔 대비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미(美)를 위한 최고의 원료 중 하나임을 
증명한다. 동백은 또 어떤가. 농염한 얼굴 그 자체로 유혹적이다. 
실핏줄 같은 선으로 세심하게 표현된 꽃잎은 광택감이 은은히 살아 있는 이파리와 어울려 인생의 전성기를 표현하는 듯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듯한 우리 고유 식물 작품들이 한데 모였다. 
아모레퍼시픽이 펴낸 원료식물도록 '비욘드 플라워(Beyond Flower)'가 그 주인공. 우리 고유 식물 세밀화 100점이 실렸다. 
우리 고유 식물을 기록, 보존하고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됐다. 그 기간만 7년이 걸렸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2007년 한국 세밀화 1세대 작가인 송훈 선생과 손잡고 식물 세밀화 제작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며 
"전국 곳곳에 있는 한국 약용 식물을 직접 찾아 100점의 작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세밀한 구조와 형태를 자세하게 표현해 과학적 객관성과 예술적 감성을 조화롭게 구현해냈다.

원료식물도록에는 인삼, 동백나무, 서리태, 녹차, 흰감국, 작약 등 아모레퍼시픽의 오랜 노하우가 집약된 주요 원료 등이 
수록돼 있다. 식물의 꽃잎과 잎맥, 줄기의 조밀한 가시, 솜털까지 빈틈없이 표현했다. 
씨앗과 꽃, 열매를 함께 그려내거나 어린 잎과 시들어가는 잎을 차례로 그리는 등 시간의 흔적 또한 고스란히 담았다. 
한 장의 작품 속에서 그 식물의 생애를 총체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식물에 대한 정보와 그림 표현 기법 등도 읽기 쉽게 정리돼 있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우리 식물과 꽃이 가진 건강한 아름다움과 향기는 미래 세대에도 남겨줄 소중한 자산"이라며 
"송훈 작가와의 만남은 이러한 우리 자산을 아름답게 보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으며, 원료식물도록을 통해 
우리 식물의 가치와 아름다움이 더 널리 알려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의 우리나라 식물에 대한 사랑은 창업자 서성환 선대회장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성환 선대회장은 1930년대 모친 윤독정 여사의 일을 돕고자 좋은 동백 원료를 구하기 위해 먼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우리 식물 원료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됐다. 개성 인삼에 대한 애착과 신뢰를 기반으로 1966년 세계 최초 인삼 화장품 
'ABC인삼크림'을 출시하는 성과를 올렸다. 1970년대에는 우리 고유의 녹차 문화 부흥을 위해 직접 제주도 황무지 개간에 
나서 다원을 조성하는 등 우리 식물 자원 보전을 위해 노력했다. 
서성환 선대회장의 철학은 "좋은 원료에서 좋은 제품이 나온다"는 것. 
그 정신을 이어받아,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세계 최초 흰감국 복원, 토종 희귀 콩 복원 작업 등 우리 고유 자원의 
가치 규명에 힘쓰고 있다. 2012년 경기도 오산 뷰티사업장아모레원료식물원을 조성해 각종 식물을 재배 연구하고 
고객에게도 개방했다.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삼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우리 고유종 자생식물에 대한 여러 형태의 연구를 진행하고 직접 제품에도 적용하는 등 자생식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보호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동백, 비자, 새우난 등 20종에 이르는 제주 자생식물에 대한 식물 정보와 피부 과학적 효능, 
관련 전통 지식을 담고 있는 책 '아리따운 제주 식물 이야기'를 출간해 제주 식물 자산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 가치를 높여 보존 활동에 기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