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진달래 꽃, 어떻게 찍을까

바람아님 2015. 5. 9. 10:30

[J플러스] 입력 2015-04-24

 

 봄 꽃이 릴레이를 하듯 바톤을 주고 받습니다. 
매화가 날리니 벚꽃이 피고, 벚꽃이 떨어지니 진달래가 온 산을 붉게 물들입니다. 진달래 꽃이 지면 철쭉이 뒤를 잇겠지요.
1.jpg

 강화도 고려산에는 진달래 축제(4.18-30)가 한창입니다. 산 정상 부근이 융단을 깔아 놓은 것 같습니다. 수도권 가까이 있어 하루에도 수만명이 고려산을 찾습니다.
 진달래는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옵니다. 진달래가 피어 있는 곳은 대개 마른 나무가지와 낙엽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곳이 많습니다. 일찍 피기 때문에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애잔하고 아련한 느낌이 듭니다. 소월의 '국민 서정시' <진달래 꽃>도 이런 슬픈 감성을 갖게하는데 한 몫 했을 겁니다.
 
2.jpg
 
3.jpg

 그런데 진달래 꽃은 사진으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꽃잎이 얇고, 힘이 없는데다 주변이 을씨년스럽기 때문입니다. 눈은 선택적으로 대상을 보지만 사진은 물리적인 빛의 양을 기록할 뿐입니다. 밝은 곳은 밝게, 어두운 곳은 어둡게 나옵니다. 이러한 카메라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 진달래 꽃의 애틋한 감성을 사진으로 잘 담을 수 있습니다.
 
 나는 진달래 꽃을 찍을 때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산비탈을 따라 내려오는 역광을 좋아합니다. 꽃잎이 얇고 투명해 역광을 받으면 반짝거립니다. 이때 노출은 '점노출(평균노출의 반대개념으로 어느 특정한 부분에 노출을 맞추는 것)' 모드를 사용해 꽃잎에 맞춥니다. 이렇게 하면 꽃잎과 배경의 노출 차이가 커집니다. 꽃이 도드라져 보이고  배경이 어둡게 됩니다. 지저분한 것들이 어둠에 가려지게 됩니다. 산을 뒤덮은 진달래 군락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스듬이 들어오는 역광을 이용하면 훨씬 더 입체감이 살고 꽃색도  아름답게 나옵니다.
 
 꽃은 빛에 아주 민감합니다. 생물학적으로도 그렇지만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빛의 방향에 따라 색도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집니다. 꽃을 찍을 때는 꽃보다 빛을 먼저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