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 프로와 아마는 종이 한 장 차이

바람아님 2015. 5. 6. 10:34

[J플러스]입력 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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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프린트해서 액자에 넣어야 완성이 됩니다. 사무실이나 거실의 벽에 걸면 액자 틀 안에서 또 하나의 공간이 연출됩니다. 한 발짝 떨어져서 관조하는 새로운 세계입니다. 모니터나 휴대폰 액정화면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을 맛 볼 수 있습니다. 아나로그의 매력입니다.
 위 사진은 그룹전에 출품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액자 속에 들어가 사무실 내 자리 뒤에 걸어 두었습니다. 세운상가에서 찍은 전자제품 수리점의 모습입니다. 40-50대 이상이라면 어릴 때 동네에서 흔히 보던 익숙한 장면입니다. 작게 보면 ‘그렇고 그런’ 평범한 사진입니다. 그러나 이를 확대하면 묻혀있던 소소한 것들이 스멀스멀 살아나 의식 저편의 기억을 가시처럼 콕콕 찌르며 깨웁니다.


 

서랍에 붙어 있는 어르신 특유의 글씨체, 압핀으로 꼿아 놓은 거래처의 전화번호, 표지가 낡고 헤져 테이프로 붙이고 비닐로 싸놓은 사전, 빛 바랜 책과 공구들….. 갑자기 아버지의 체취가 느껴져 코끝이 시큰해집니다. 추억에는 늘 슬픔이 깃듭니다. 롤랑 바르트가 말하는 ‘푼크툼’이란 이런 것이겠지요.
  어릴 때 동네 라디오 방에서 신기하게 바라보던 테스트기와 전자 회로판은 공감각을 자극합니다. 선을 연결했을 때 지지직 거리는 라디오 소리와 납땜 냄새까지…. 권총처럼 생긴 땜질기로 전선을 이어 붙이면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르며 매케한 냄새가 납니다. 시각이 청각과 후각을 자극하며 순식간에 나를 40-50년 전으로 데려갑니다. 휴대폰 액정화면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감성입니다.


  사진의 창작과정은 크게 세 단계를 거칩니다. 먼저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컴퓨터에 사진을 띄우고 후보정을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대부분 이 과정에서 끝냅니다. 그리고 DB에 보관을 하거나 사이즈를 줄여 SNS나 블로그 등에 올립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은 친구나 친지들에게 보내 주기도 합니다. 참 손쉽게 사진을 즐기는 시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눈은 컴퓨터 모니터나 휴대폰 액정 화면으로 보는 작은 사진에 익숙해 져 있습니다. 기껏해야 손바닥 크기거나 우표딱지 만한 크기로 사진을 보게 됩니다. ‘꼬마사진’에 익숙해지면 사진적 시각이 그 상태에 적응됩니다. 사진이 늘지 않고 답보 상태에 빠집니다.


 사진을 본격으로 공부하고 전시회까지 하고 싶다면 항상 크게 프린트 했을 때의 느낌을 염두에 두고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사진은 같은 장면이라도 보는 크기에 따라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뒤집어 말해 크게 프린트를 할 생각이라면 찍을 때부터 구도와 디테일, 구성요소의 크기와 비율, 균형과 조화 등을 달리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카톡, SNS,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다 똑같은 스타일로 쓸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선명도와 손 떨림, 노출 등 기본적인 것들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장면이라도 막상 모니터에 띄우고 실제 사이즈로 확대해 보면 흔들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손떨림 때문입니다. 좋은 장면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흥분했거나 짧은 순간에 사라지는 뭔가를 급하게 찍기 때문입니다.


   손떨림이 없더라도 DSLR은 ‘미러진동’ 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느린 셔터의 경우는 미러진동 때문에 미세한 흔들림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 손으로 들고 찍을 때는 한 ISO를 올리고 고속으로 셔터를 끊습니다. 삼각대를 사용할 때도 미러 진동이 영향을 미칩니다. 느린 셔터를 이용할 때는 ‘미러업’ 이나 ‘라이브 뷰’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디지털시대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종이 한장’ 입니다. 사진을 크게 프린트하면 색감, 선예도, 디테일 등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 차이가 납니다. 물론 ‘선수’들은 눈치를 채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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