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5-7-17
전문가들 "숙박 체험 장소로 쓰면 고궁 정체성 사라져"
문화재청이 창덕궁 낙선재(樂善齋) 권역에서 숙박 체험을 하는 궁 스테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문화재의 가치를 훼손하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종진 문화재청 차장은 17일 서울 중구 한옥의 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화재를 충실히 보존하면서 궁 스테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밝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궁 스테이의 구체적인 계획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궁 스테이는 낙선재 권역에서 보물로 지정되지 않은 석복헌(錫福軒)과 수강재(壽康齋)를 개조해 외국인 관광객 등에게 숙박 시설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문화재 활용 방안의 일환으로 향교나 서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숙박 체험을 고궁으로 확대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궁 스테이를 두고 건물을 활용하다 보면 수명이 늘어날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목조 건물을 숙소로 바꾸면 망가질 우려가 커진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관장은 "문화재청의 기본 임무는 문화재 보존이고 활용은 두 번째"라면서 "화기를 들이고 구조에 변화를 주다 보면 목조 건물에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관장은 "석복헌과 수강재는 목재를 짜맞춘 방식이 뛰어나고 건축미를 갖춘 좋은 건축물이므로 원형을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궁내 전체가 사적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창덕궁 건물을 숙소로 개조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광현 서울대 교수는 "건물에는 저마다 역사가 있는데, 낙선재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과 그의 부인인 이방자 여자가 잠든 슬픈 곳이어서 궁 스테이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령 안전이 담보된다고 해도 고궁을 숙박 장소로 쓰면 조선의 법궁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옥은 빈집으로 두는 것보다 사용하는 편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궁 스테이 외에 다른 활용법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건축학을 전공한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목조 가옥은 살아 있는 생명체여서 6개월만 방치하면 20년 된 집처럼 낡아진다"면서 "고궁 건물을 궁 스테이 같은 상업적 용도로 쓰기보다는 궁중 예술을 선보이는 무대나 영빈관으로 이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人文,社會科學 > 日常 ·健康'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연하면 몸무게가 얼마나 늘어날까? (0) | 2015.07.20 |
---|---|
[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24>척 보고 알아채는 비결 (0) | 2015.07.19 |
[분수대] 입 다물고 귀 열어야 어르신 (0) | 2015.07.16 |
[워킹맘 다이어리] 꿈을 향해 노력한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0) | 2015.07.14 |
[설왕설래] 부부싸움의 道 (0) | 2015.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