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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의 대학살 보니…두개골 부수고 정강이뼈 부러뜨려

바람아님 2015. 8. 23. 08:57

[중앙일보] 입력 2015.08.18


둔기로 맞아 부서진 흔적이 남아있는 7000년전 인류의 유골

인류의 역사에는 늘 끔찍한 학살의 기록이 남아있다.

사마천은『사기』에서 전국시대 진나라 장군 백기(白起)가 장평대전에서 승리한 뒤 조나라 병사와 백성 40만명을 산 채로 파묻었다고 기록했다. 가까이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선사(先史)시대에는 학살이 없었을까. 독일 고고학자들은 선사시대에도 인류가 학살을 저질렀다는 참혹한 증거를 찾아냈다.

AP통신과 독일 언론들은 17일(현지시간) 독일 마인츠대학의 크리스티안 메이어 연구팀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쇠넥 지역에서 신석기 시대 인류가 대학살을 저지른 증거를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메이어 박사의 연구팀은 이날 국립과학아카데니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독일·오스트리아 등 세 군데의 매장지에서 발견된 7000년 전 신석기시대 유골을 분석한 결과, 의도적인 학살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유골은 신석기 선형도기문화(Neolithic Linear Pottery Culture·LBK) 시대의 것으로 남성과 나이든 여성, 어린이들의 두개골을 잔혹하게 부수고 정강이뼈를 부러뜨린 흔적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선형도기문화는 기원전 5500년께 등장해 600여년 동안 지속된 유럽 최초의 농경문화다. 지금의 독일 남부와 오스트리아, 헝가리 지역에 정착해 살던 인류로 이번에 발견된 유골은 선형도기분화 말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유골의 두개골은 둔기에 맞아 부서졌고 정강이뼈도 의도적으로 부러뜨렸다”며 “다리뼈를 부러뜨린 것은 붙잡은 포로를 고문하거나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고, 상대방 부족에 대한 경고 차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선형도기문화 말기는 기후변화가 시작되던 시점과 겹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갑작스런 건기가 찾아오면서 가뭄이 잦아졌고 물과 경작지 등 자원이 고갈되면서 농경부족 사이에 이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당시 유럽지역에 공존했던 유목민족은 거주지를 옮겨 다니며 대규모 충돌을 피할 수 있었던 반면, 정착민족인 농경부족들은 자원을 빼앗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었을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메이어 박사는 “성인 남성과 나이든 여성, 어린이들의 유골은 발견됐지만 젊은 여성의 유골이 없는 것으로 미뤄, 정복당한 부족의 젊은 여성들은 납치돼 노예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