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와 비교해 이번 연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인민'과 '청년'을 많이 언급한 것이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연설 때는 인민을 57번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엔 총 97번 언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연설은 인민에서 시작해서 인민에서 끝났다고 할 수 있다"며 "거의 모든 문장에 인민이 들어가 있고, 다른 주요 키워드 숫자를 합해도 인민의 절반도 안 된다"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 주민의 생활이 개선되지 않았고, 이번 행사를 앞두고 많은 인력이 동원되는 각종 대형 공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김정은이 육성으로 주민을 달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제사회의 시선이 북한 열병식으로 쏠린 점을 감안해 김정은이 자신의 '애민(愛民)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다는 관측도 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청년'도 19회 언급했다. 3년 전(2회)보다 8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이 청년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자기 체제의 핵심 기반인 청년층의 충성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일성' '김정일'(각 3회)에 대한 언급은 3년 전(각각 18·17회)에 비해 대폭 줄었다. 김 교수는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정리하고 본격적인 자기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또 2012년 연설 땐 '군사' '무력' 같은 도발성 단어가 각각 7회씩 등장했지만, 이번 연설에선 모두 1회로 줄었다. 중국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상무위원이 이번 행사에 참석했고 대외적 관심도 고조된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3년 전에는 평화, 통일이 각각 3회 등장했지만, 이번엔 평화는 1회 나왔고, 통일은 언급되지 않았다. 자주(7회→2회), 경제(3회→2회)가 언급된 횟수도 3년 전에 비해 줄었다. 남북 관계는 언급되지 않았다.
김정은의 연설 내용뿐 아니라 목소리와 태도 등도 적잖이 바뀌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은 3년 전에도 김일성 목소리를 흉내 냈지만 톤이 낮고 자신감도 없어 보였다"며 "그러나 이번엔 북한 영화 속 김일성 배역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평가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김일성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발성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고 했다.
연설 태도도 달라졌다. 3년 전에는 긴장한 탓에 군중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원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몸을 계속 흔들거리는 모습도 관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몸을 크게 흔들지 않았고 박수가 터져 나오자 고개를 들어 대중을 똑바로 응시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시종일관 두 손을 탁자에 얹고 연설한 것에 대해서는 고도비만으로 인해 관절이나 척추 등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정은은 주석단에서 수시로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대화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행사 마지막에는 류 상무위원의 손을 맞잡아 들기도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썰렁한 행사장을 빛내준 중국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북·중 관계가 회복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時事論壇 > 北韓消息'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아광장/천영우]북한이 ‘위성’ 발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0) | 2015.10.16 |
---|---|
北도발 위협 속… 美 최신 항모, 동해 훈련 온다 그래픽 = 김성규 기자 (0) | 2015.10.13 |
북한 노동당 70년 역사는 김씨 일가 독재체제 구축과정 (0) | 2015.10.10 |
“남북주민 유대감-풍부한 北지하자원… 통일 희망적” (0) | 2015.10.02 |
<사설>韓美中, 北 도발 땐 반드시 후회할 수준으로 응징해야 (0) | 2015.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