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5-10-15
北핵무기 만들어도 운반수단 없으면 무용지물
“위성발사 제재땐 핵실험 대응”… 北, 국제사회 향해 노골적 협박
또다시 무모한 도발 강행땐 대북 제재 기본 개념과 범위 전면 재검토해야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어도 운반수단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북한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배치하려면 핵탄두를 나가사키에 투하된 플루토늄탄(4.9t)의 10분의 1 수준으로 소형화 경량화하고 최소한 괌이나 하와이의 미군기지까지 운반할 수단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위성 발사와 핵실험이 필요한 이유다. 핵실험은 매번 핵무기 한 개씩을 소모하기 때문에 핵물질 재고량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할 수 없다. 북한이 핵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노후한 영변의 5MW 원자로까지 재가동하는 것을 보면 플루토늄 재고량 보충이 절박하고 우라늄 농축공장도 순탄하게 가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선 운반수단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순리다.
북한이 발사할 로켓에 탑재된 물체가 위성인지 탄두인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평화적 우주 개발이란 구실을 내세워 위성을 발사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심 기술을 대부분 터득할 수 있는데 굳이 탄두를 장착할 필요가 없다. 국제법상 모든 나라에 보장된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성 발사 권리가 유엔안보리 결의라는 특별법으로 유독 북한에만 금지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ICBM 개발이 문제되는 이유는 핵무기를 운반하는 것 말고는 용도가 없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 자체가 국제법상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같은 비핵국가가 발사하는 위성에 아무도 시비를 걸 수 없는 이유는 핵무기 운반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현 단계에서 확보해야 할 기술은 로켓의 추진력을 핵무기를 운반할 수준으로 키우는 것이다. 2012년 12월 12일 ‘은하 3호’ 로켓 발사를 통해 보여준 것은 대구경 포탄 정도의 물체를 우주 궤도에 올리는 기술에 불과하다. 핵심 과제는 이보다 훨씬 큰 중량의 물체를 쏘아 올릴 추진력을 갖춘 엔진과 동체를 개발하고 발사 기술을 축적하는 것이다. 위성을 ICBM급 핵탄두로 전환하려면 최소한 1t 중량 화물을 우주 궤도에 올릴 로켓의 추진력과 함께 탄두를 대기권에 재진입시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섭씨 6000도 이상의 고열에서 500kg급 핵탄두를 보호하는 데 최소한 500kg의 내열재가 소요된다. 북한이 10일 열병식에서 보여준 KN-08 장거리 미사일은 실험을 통해 성능이 입증되기까지는 선전용 모형에 불과하다. 우주 궤도까지 올라가더라도 재진입 기술이 없으면 탄두가 흔적도 없이 기체로 변해버린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추려면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며 숨고르기와 명분 축적을 위해 대화 공세도 펼칠 것이다. 중국이 준엄하게 경고해도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준의 제재를 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만 있다면 자제할 이유가 없다.
이달 1일 이수용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위성 발사를 주권국가의 자주적 권리로, 핵실험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에 대처한 자위적 조치’로 규정했다. 위성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규탄하고 제재를 가하면 북한은 핵실험으로 맞서겠다고 세계를 향해 공공연히 협박한 것이다.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강행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실효성 없는 안보리의 추가제재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배치 결정만으로 미봉하고 넘어갈 것인가? 핵 포기는커녕 핵 능력 증강에 물불 가리지 않는 북한과의 평화공존에 계속 매달릴지, 북한 체제와 사회의 변환을 위한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북 제재의 기본 개념과 범위도 이 목표에 맞추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를 거부하는 북한의 운명과 이에 대처할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매번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엄포만 되풀이할 때는 지났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위성발사 제재땐 핵실험 대응”… 北, 국제사회 향해 노골적 협박
또다시 무모한 도발 강행땐 대북 제재 기본 개념과 범위 전면 재검토해야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를 ‘위성’ 발사로 장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언은 빗나갔다. 이달 7일 북한 외무성이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에 응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김정은이 열병식 연설에서 핵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도발에서 대화 국면의 기조전환으로 해석하는 성급한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핵 포기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위성 발사를 절대 중단할 수 없다. 굳이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켜보는 데서 중국에 가장 모욕적인 방법을 골라서 해야 할 이유가 없을 뿐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어도 운반수단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북한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배치하려면 핵탄두를 나가사키에 투하된 플루토늄탄(4.9t)의 10분의 1 수준으로 소형화 경량화하고 최소한 괌이나 하와이의 미군기지까지 운반할 수단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위성 발사와 핵실험이 필요한 이유다. 핵실험은 매번 핵무기 한 개씩을 소모하기 때문에 핵물질 재고량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할 수 없다. 북한이 핵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노후한 영변의 5MW 원자로까지 재가동하는 것을 보면 플루토늄 재고량 보충이 절박하고 우라늄 농축공장도 순탄하게 가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선 운반수단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순리다.
북한이 발사할 로켓에 탑재된 물체가 위성인지 탄두인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평화적 우주 개발이란 구실을 내세워 위성을 발사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심 기술을 대부분 터득할 수 있는데 굳이 탄두를 장착할 필요가 없다. 국제법상 모든 나라에 보장된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성 발사 권리가 유엔안보리 결의라는 특별법으로 유독 북한에만 금지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ICBM 개발이 문제되는 이유는 핵무기를 운반하는 것 말고는 용도가 없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 자체가 국제법상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같은 비핵국가가 발사하는 위성에 아무도 시비를 걸 수 없는 이유는 핵무기 운반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현 단계에서 확보해야 할 기술은 로켓의 추진력을 핵무기를 운반할 수준으로 키우는 것이다. 2012년 12월 12일 ‘은하 3호’ 로켓 발사를 통해 보여준 것은 대구경 포탄 정도의 물체를 우주 궤도에 올리는 기술에 불과하다. 핵심 과제는 이보다 훨씬 큰 중량의 물체를 쏘아 올릴 추진력을 갖춘 엔진과 동체를 개발하고 발사 기술을 축적하는 것이다. 위성을 ICBM급 핵탄두로 전환하려면 최소한 1t 중량 화물을 우주 궤도에 올릴 로켓의 추진력과 함께 탄두를 대기권에 재진입시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섭씨 6000도 이상의 고열에서 500kg급 핵탄두를 보호하는 데 최소한 500kg의 내열재가 소요된다. 북한이 10일 열병식에서 보여준 KN-08 장거리 미사일은 실험을 통해 성능이 입증되기까지는 선전용 모형에 불과하다. 우주 궤도까지 올라가더라도 재진입 기술이 없으면 탄두가 흔적도 없이 기체로 변해버린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추려면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며 숨고르기와 명분 축적을 위해 대화 공세도 펼칠 것이다. 중국이 준엄하게 경고해도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준의 제재를 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만 있다면 자제할 이유가 없다.
이달 1일 이수용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위성 발사를 주권국가의 자주적 권리로, 핵실험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에 대처한 자위적 조치’로 규정했다. 위성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규탄하고 제재를 가하면 북한은 핵실험으로 맞서겠다고 세계를 향해 공공연히 협박한 것이다.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강행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실효성 없는 안보리의 추가제재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배치 결정만으로 미봉하고 넘어갈 것인가? 핵 포기는커녕 핵 능력 증강에 물불 가리지 않는 북한과의 평화공존에 계속 매달릴지, 북한 체제와 사회의 변환을 위한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북 제재의 기본 개념과 범위도 이 목표에 맞추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를 거부하는 북한의 운명과 이에 대처할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매번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엄포만 되풀이할 때는 지났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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