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미국의 한 정부 관계자는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북한 관련 업무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다.
"(뭐든 해보려는데) 북한이 저러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북한에 대한 공동성명'을 채택한 뒤라 기대감이 있었는데,
허탈했다.
지난주 내내 북한을 주제로 의회와 싱크탱크에서 열었던 청문회와 세미나도 마찬가지였다.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 정도였다.
특히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가 주최했던 청문회는 '북한 회의론'이 압도적이었다.
야당인 공화당의 밥 코커 위원장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참한 실패(abject failure)'라고 했다.
'묘책(silver bullet)'이 없다고도 했다.
여당이라고 다른 건 없었다. 민주당 벤 카딘 의원도 북한 핵 프로그램 억제 실패를 지적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청문회 내내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북한을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사실상 할 일이 없다는 점도 고백했다.
대화도 안 되고, 제재도 안 먹히고, 중국 힘을 빌리기도 어렵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지배했다.
성 김 대표는 "대북 정책을 맡은 사람으로서 구체적인 진전을 만들지 못해 우려스럽고 좌절감을 느낀다"고까지 했다.
유명 싱크탱크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평가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졌다.
유명 싱크탱크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평가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졌다.
북한에 대한 공동성명은 '레토릭(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지적부터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혀 의지가 없는데, 한국 체면을 봐서 성명에 동의했다는 해석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하자마자 몇 달 안 돼 북한에서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선물'받았다.
2012년에는 핵개발 중단과 경제지원을 맞교환했던 2·29 합의의 일방적 폐기를 경험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집단임을 깨달았다.
그때의 경험이 다른 '적국'인 이란과 쿠바와는 관계를 개선하면서도 북한에는 눈길도 주지 않게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평화통일 구상인 드레스덴 선언을 지지한다고 하든, 대북 공조를 하겠다고 하든,
적극적일 수 없다.
결국 미국은 북한과 더는 뭘 해볼 생각이 없다.
속내는 다른 데 있는 듯했다.
속내는 다른 데 있는 듯했다.
친한파라는 코커 위원장까지 나서 "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
박 대통령과 논의하지 않았느냐"고 정부 측을 몰아붙였다. 북핵을 핑계 삼아 한·미 정상회담을 미국의 이해를 관철하는
기회로 삼았어야 했다는 취지였다. 일부 의원들은 "중국이 북한 제재에 나서지도 않는데 왜 박 대통령이 거길 갔느냐"고
노골적인 불만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미국서 돌아간 지 1주일도 채 안 된 때였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만족스럽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북한 관련 공동성명은 처음이다" "펜타곤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베풀지 않았던 '공식 의장 행사(Full Honor
Parade)'를 열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어디에도 없다.
미국도 일본 못지않게 속내와는 정반대로 상대방을 위해주는 척하는 은유법이 만만치 않다.
미국의 본심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북한을 제치려는 미국과 달리,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