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2.18 정상혁 디지털뉴스본부 기자)
![정상혁 디지털뉴스본부 기자](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512/17/2015121704125_0.jpg)
밑이 찢어져라 힘줘 온 것 같은데, 이제야 나이로 계란 한 판을 채운다.
지난주 송년회를 겸해 대학 동창들을 만났다.
취업과 결혼 같은 인생의 대소사와 장래 희망까지 비슷비슷한 고민으로 뒤채었다.
최근에야 졸업했으나 취업·연애 시장에서 연전연패하는 친구가 입을 열었다.
"스무 살 때 생각하던 서른이 아니다." 아무도 이의가 없었다.
대략 2500년 전, 공자는 서른에 이립(而立)을 했다.
대략 2500년 전, 공자는 서른에 이립(而立)을 했다.
이때부터 마음이 확고해 움직이지 않았다니 무시무시한 청년이었다.
21년 전 가수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를 부르며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하며 다 늙은 소리를 했고,
그해 시인 최영미는 아예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단호히 일갈했다.
물론 시인 최승자가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고 읊었듯,
예나 지금이나 세대의 변곡점엔 지진이 일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른의 고민이 내면에서 생계로 옮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학교를 벗어나는 게 어렵고, 독립이 늦고, 부모가 되는 시간이 멀어지고 있다.
사회적 생장이 더디니, 자아의 직립보행을 고뇌할 틈이 없다. '어른 유예'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2030 프리즘] 서른에 생각하는 것들](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512/17/2015121704125_1.jpg)
여성 초혼(初婚) 연령은 1993년 25세에서 2013년 29.6세가 됐다.
이젠 드라마에서도 서른 살은 노처녀·총각 축에 못 낀다.
10년 전 '내 이름은 김삼순'의 노처녀 김삼순은 서른이었으나,
최근 종영한 '막돼먹은 영애씨'의 노처녀 이영애는 서른여덟이다.
나이는 더 먹었는데 같은 고민을 한다. 이쯤 되자 나라님까지 한 말씀 하셨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만혼과 저출산은 (청년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문제를 해결 못 하면 젊은이들 가슴에서 사랑이 없어지고
삶에 쫓기는 일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그 뒤의 "특단 대책 마련" 하는 말은 귀에 잘 붙지 않았다.
다만 "사랑이 없어진다"는 말에 오래 착잡했다.
지난 5월 '연남동 덤앤더머'라는 인디 가수가 노래 '마흔 즈음에'를 냈다.
풍기는 정서는 '서른 즈음에'와 비슷 하다. 대략 가사가 이러하다.
'이제는 기댈 곳도 없고 꿈도 없고 한숨만 느네요/ …/ 외로워요, 괴로워요.'
과거 괴테는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했지만, 그런 말은 이제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나이가 꺾일 때마다 설렘 대신 좌절을 예감하는 사회,
스무 살에 하던 고민을 서른에 하고 마흔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은 세상에서 또다시 새해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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