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점은 무디스가 신용 등급을 올려준 첫째 이유가 우리 정부의 구조 개혁에 있다는 사실이다. 무디스는 "과거 한국이 구조 개혁으로 외환 위기를 극복한 경험에 비춰 보면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공공·교육·금융 개혁도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위험 요인도 구조 개혁의 후퇴에 있다고 명시했다. 우리의 강점도, 위험 요인도 모두 구조 개혁의 성패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20일 오후 기대를 모았던 여야 대표·원내대표 4명의 노동 개혁 5법, 서비스발전기본법,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원샷법 처리 담판은 또다시 결렬되고 말았다. 선거구 획정 협상도 진척이 없었다. 협상 결렬까지 채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국민은 여야가 협상장 문을 닫아걸고 타결 때까지 나오지 않는 모습을 바랐으나 헛된 기대였다.
당장 내년부터 근로자 정년(停年)이 60세로 늘어나는데 기업이 그 부담을 견뎌낼 수 있도록 하는 노동 구조 개혁은 이런 식으로 막혀 있다. 지금 기업들은 글로벌 무역 축소와 경쟁 환경 악화만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기업들은 청년 고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살길을 찾을 것이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감원을 하고 있는데 노동 개혁까지 할 수 없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그러나 경제·노동 구조 개혁으로 기업의 활력을 다시 키워야만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여기서 구조 개혁을 포기하면 기업이 더 쪼그라들어 일자리의 원천 자체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어느 토크 콘서트 자리에서 "어르신들께서는 바꿔야 된다는 의지가 없다"며 "젊은 세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의 적절성은 차치하고 문 대표가 무엇을 바꾸기 위해 젊은 세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청년 세대의 고통은 기업 성장세의 둔화와 기득권 노조의 밥그릇 지키기 때문에 젊은이들을 위한 새 일자리가 제대로 창출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 활력을 위한 경제 법안과 후진적 노동 구조 개혁이야말로 청년들을 위한 변화일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와 야당은 이 변화는 막고 거부하면서 '청년들을 위한 변화'를 외치고 있다. 모순된 정치 선동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먼저 바뀌어야 할 곳은 유권자가 아니라 정치권이고 그중에서도 구조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야권이다. 지금 불행히도 반(反)개혁적이라는 말은 야당과 문 대표에게 돌아가야 할 상황이다.
새해에도 세계 무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렸지만 1200조원에 육박한 가계 부채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안 보인다. 정치권이 이 상황을 직시하고 당장 구조 개혁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그나마 우리 경제에 숨통이 열린다. 구조 개혁을 더 미적거린다면 사상 최고에 오른 국가 신용 등급도 한낱 물거품에 불과할 것이다. 올해가 열흘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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