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우리다. 2005년 처음 발의된 북한인권법 제정안이 10년째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다. 올해는 야당이 북한인권법안 처리 불가 입장에서 한 발 후퇴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법안 처리까지는 갈 길이 멀다. 최근 여야 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북한인권재단 활동 등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연말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에 각각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는데, 정작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나라는 북한인권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유엔총회 결의에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노력에 주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유엔총회가 반 총장의 방북 추진을 지지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이 결실을 보려면 그제로 집권 4년을 맞은 김 제1위원장이 인권, 핵 개발 등 국제사회 관심사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 한다. 북한이 과거 행태를 답습하는 한 남북관계나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없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이라는 단어를 무려 97번이나 사용하면서 “인민보다 더 귀중한 존재는 없으며 인민의 이익보다 신성한 것은 없다”고 했다. 인민은 먹고사는 일 못지않게 인권 보장을 원한다. 인권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기 위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상투적 비난만 할 게 아니라 북녘의 인권상황이 어떤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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