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학 인원을 줄이려고 합니다." "우린 단과대학 둘을 합친다고 하는데…."
요즘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면 학과 조정 얘기가 단연 화제다.
요즘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면 학과 조정 얘기가 단연 화제다.
학생 대부분은 겨울방학에 들어갔지만 대학 사람들은 이제부터 바빠졌다.
교육부에 낼 '학과 구조조정 보고서'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실시하는 정부의 '프라임(PRIME·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사업'은 한마디로
내년에 실시하는 정부의 '프라임(PRIME·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사업'은 한마디로
'취업 잘 시키는 학과로 구조조정하라'는 메시지다.
고용부가 지난주 발표한 '향후 10년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경영·경제학과와 사범대는 앞으로
각각 12만명, 7만명이 남아돌고, 기계·금속, 전기·전자과는 7만명 이상이 부족하다.
전반적으로 공대 인력이 부족하고, 인문·사회대는 남아돈다. 주변 상황만 봐도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이란 씁쓸한 신조어가 몇 년 전부터 취업 시장에 떠돌았다.
OECD는 한국이 취업 시장의 전공 불일치가 가장 심각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변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서 정부는 '프라임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정부는 '프라임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시장 수요에 맞게 학과를 구조조정하는 대학에 예산을 지원해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내년도 교육부 예산을 들여다보니 이 사업에 드는 돈이 2300억원이다.
많게는 한 대학에 300억원씩 지원한다.
대학들이 방학을 반납하고 '보고서 쓰기'에 매달리는 사정이 여기에 있었다.
그래도 정부가 채점표 들고 다니며 'A대학은 학과 정원 조정 잘했으니 ○○○억원 지원' 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그래도 정부가 채점표 들고 다니며 'A대학은 학과 정원 조정 잘했으니 ○○○억원 지원' 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더군다나 전국 대학 200곳을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방식은 문제다.
서울 한 사립대 공대 교수는
"대학이 사회 변화에 따라 변해야겠지만 모든 대학이 똑같은 모델로 변화하라는 게 맞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일부 대학은 입학 정원 15%를 뽑아 새로운 학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교내 반발이 심하다고 한다.
매번 바뀌는 교육부의 평가 방법 때문에 대학은 불만이다.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구조조정이라면서 막상 방식은 1970~80년대식이다.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는 어떤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대학 지원 사업이 나오지만, 몇 년 후 슬그머니 사라지곤 한다.
내년 교육부가 각종 명목으로 대학에 지원하는 나랏돈이 7조원이다.
돈을 주는 명목도 '산학 협력 선도 대학'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공학 교육 혁신' '학부 교육 선도 대학' 등
40여 가지에 이른다. 그리고 교육부 공무원은 사업별로 각각 다른 채점표를 들고 대학을 평가해 돈을 나눠준다.
교육부 공무원이 '영원한 갑(甲)'인 이유, 대학 총장들이 교육부 공무원 앞에서 쩔쩔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대학교수는 "교육부가 만약 대학 지원 사업 40가지를 운영한다면, 대학은 이 를 규제 40건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왕 대학에 7조원을 쓰기로 했다면 그 과정은 단순하고 투명해야 한다.
시장 논리가 작동하고, 잘하는 대학에 돈 더 주고, 정부는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부가 매번 복잡한 사업 계획과 평가 지표를 만들고, 대학은 시험 치르듯 '사업 계획서' 쓰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세계적 대학을 키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