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세기 전 주장한 중력파의 존재를 과학자들이 확인했다.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최초로 블랙홀이나 중성자성과 같이 질량이 큰 물체들 주변에서 형성돼 공간과 시간을 일그러뜨리는 것으로 믿어지는 중력파의 존재를 탐지했다고 발표했다.
중력파의 간접 증거가 발견된 적은 있었으나 직접 검출이 이뤄진 것은 과학사상 처음이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에 이론으로 예측한 바를 입증한 이 발견은 우주 탄생을 이해하는데 큰 구멍을 메워 줄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학 발견 중 하나로 꼽힐 전망이다.
라이고 연구팀은 1차 관측을 시작한 작년 9월 12일부터 약 16일간 가동 기간 중에 수집한 데이터로 이를 발견했다.
이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6배(오차 감안한 범위 32∼41배)와 29배(오차 감안한 범위 25∼33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지구로부터 13억 광년(오차 감안한 범위 7억5천∼19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 관측의 통계적 신뢰도는 5.1 시그마(σ) 이상으로, 잡음에 의해 우연히 이런 가짜 신호가 잡힐 확률은 500만분의 1 이하에 해당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관측된 중력파의 진동수 범위는 30∼150 헤르츠(Hz)이며, 최대 진폭은 10의 21거듭제곱분의 1이었다.
이는 중력파로 인한 시공간의 변화로 1광년의 길이에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극히 미세한 변화가 생기는 데 해당한다.
이번 발견은 ▲최초의 중력파 직접 검출 ▲ 최초의 블랙홀 쌍성 관측 ▲ 중력파를 이용한 천체 탐구의 시작 등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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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검출' 한국 연구진 '고군분투'..연구 지원 '절실'
연합뉴스 2016-2-12"각국 '중력파 천문학' 앞다퉈 투자…한국은 관련 지원 '전무'"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제시한 우주 수수께끼 중 지금까지 풀리지 않던 '중력파'(gravitational wave)가 국제협력연구단에 의해 마침내 직접 검출됐다.
사상 최대규모의 고성능 중력파 관측장치인 미국 '라이고'(LIGO : 레이저 간섭 중력파 관측소)를 중심으로 한 라이고과학협력단(LSC)은 11일 (미국동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력파는 큰 질량의 천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즉 초신성폭발이나 블랙홀 충돌 같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시공간의 일렁임(ripples)이다. 아인슈타인이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그 존재를 예견했으나 지금까지 직접 검출되지 않았다.
미국 과학재단(NSF)이 단독 투자하는 과학프로젝트로는 규모가 가장 큰 라이고는 2000년부터 10년간 건설과 가동에 6억2천만 달러를 투입하고 세계 80여개 기관 1천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구에도 중력파 검출에 실패했다.
라이고는 그러나 이후 5년간 2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 지난해 9월 재가동을 시작한 뒤 반년도 안돼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중력파 직접 검출은 수십년 전부터 노벨물리학상 수상감으로 꼽혀온 만큼 라이고 연구에 크게 기여한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킵 손 교수와 로널드 드레버 교수, 매사추세츠공대(MIT) 라이너 와이스 교수 등이 벌써부터 노벨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연구진도 이 연구에 참여해 중력파 직접 검출에 기여했다.
2009년부터 서울대, 부산대 등 5개 대학,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 2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20여명이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단장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구성해 라이고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형목 교수는 "한국 연구진은 라이고 실험 자료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에 일부 기여했다"며 "중력파 검출 데이터에 섞여 있는 잡음·신호 분리 알고리즘 연구와 중력파 검출기를 디자인할 때 어떤 천체가 어떻게 관측될지 예상하고 확률을 제공하는 연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KISTI는 대용량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와 기술을 제공해 실험 데이터 분석에 기여했고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는 새로운 중력파 처리방법, 검출기의 특성 결정에 필요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 연구 등으로 중력파 검출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한국 연구진은 그러나 중력파 직접 검출에 기쁨보다 오히려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중력파 직접 검출은 일반상대성이론 최종 검증이라는 의미와 함께 '중력파 천문학'의 시작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한국은 아무 대비가 돼 있지 않아 이 분야 연구에 더욱 뒤처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NSF는 라이고에만 8억2천만 달러를 쏟아부었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일본, 인도, 호주 등도 중력파 검출 연구에 야심 차게 나서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합작한 어드밴스드 비르고(Advanced Virgo)가 재가동에 들어가고 영국과 독일이 합작한 지오 600(GEO 600) 관측소도 가동되고 있다. 일본도 독자적으로 '극저온 레이저 간섭계'인 카그라(KAGRA)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 유럽우주기구(ESA)는 2034년 중력파 관측탐사선을 쏘아 올릴 예정이며, 인도는 미국 NSF와 함께 '어드밴스드 라이고' 중 하나인 '라이고-인도'를 건설하기로 했다.
세계 각국이 중력파 연구 시설에 구축에 나서는 것은 지금까지 전자기파(빛)로는 보지 못하던 우주를 중력파를 이용해 연구하는 '중력파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지평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중력파 연구시설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중력파 연구에 대한 국가 연구개발 예산 지원도 거의 없어 구경만 해야 할 처지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받은 국가 R&D 예산은 2011∼2013년 글로벌 리서치 네트워크(GRN) 사업 예산 3억원이 전부다. 연구자들은 그 전후에는 개인 연구비를 들여 연구에 참여하는 셈이다.
연구단은 지난해 기초과학연구원(IBS)에 0.01∼1헤르츠(㎐)의 중력파를 검출하는 검출기(SOGR)) 건설을 제안했으나 과제선정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이형목 교수는 "연구과제를 평가할 때 관련 분야의 과거 성과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 전혀 하지 않던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기가 어렵다"며 "중력파연구협력단도 다른 연구를 하던 사람들이 중력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국제연구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 내년, 어쩌면 올해부터 중력파 연구 논문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력파 연구는 응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류 지식의 진보를 위한 기초연구"라며 "국내에서도 이런 기초연구에 대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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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드러낸 중력파, 아인슈타인 마지막 수수께끼 풀리나
중앙일보 2016-2-12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존재한다고 예견한 중력파(重力波·gravitational wave)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12일 0시30분(한국시간) 미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확인된 중력파는 지난해 9월 14일 포착됐다.
NSF는 “블랙홀 2개가 짝을 이뤄 자전하면서 하나의 무거운 블랙홀로 합병되는 과정에서 충돌 직전 발생한 중력파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중력파는 수면 위로 퍼지는 물결파에 비유된다.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거나 블랙홀이 만들어질 때 중력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중력의 파장을 뜻한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중력이 변하면 시공간도 함께 휘어지게 되며 이런 현상이 수면 위 파장처럼 우주 공간을 따라 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100년간 중력파를 추적했으나 그 실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과학자들은 중력파를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수수께끼’라고 불렀다.
NSF는 이번에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천문대(LIGO·라이고)’를 활용해 중력파를 찾아냈다. 미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 인근에 설치된 라이고는 4㎞ 길이의 진공터널 2개로 만들어진 시설이다. 터널 끝에 거울을 붙여놓고 레이저를 쏴 공간 변화를 측정해 중력파를 검출했다.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중력파 검출에 성공함에 따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마지막 검증 작업이 끝나게 됐다”고 말했다.
중력파가 발견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했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중력파는 거리에 비례해 신호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지구에 도달해서는 미약한 신호만 남아 발견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수억 광년 떨어진 블랙홀에서 발생한 중력파가 몸을 통과한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 몸은 수am(아토미터)가 늘어난다. 이는 수소 원자 크기의 수만 분의 일에 불과할 정도로 미세한 거리다.
이런 이유로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이후 철회한 사례도 있다.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는 2014년 3월 중력파를 탐지했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데이터 해석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발표를 철회했다.
◆중력파 발견이 미칠 영향=이번 발견으로 당장 일상에서 큰 변화는 없다. 중력파 개념은 대학교에서 배우는 일반물리학 과정에 포함돼 있어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다만 천체물리학 분야에선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 책임연구원은 “이번 중력파 발견으로 인류는 중력파 망원경이라는 새로운 관측 장비를 손에 넣게 됐다”며 “우주 관측 역사에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류가 현재 보유한 우주 관측 장비는 크게 빛을 활용하는 광학망원경과 전파를 이용하는 전파망원경 두 가지로 나뉜다. 60년 무렵부터 시작된 전파망원경 관측 덕분에 우주를 향한 인류의 지평이 크게 넓어졌다. 중·고등학교 과학책에 등장하는 빅뱅(Big Bang·대폭발) 이론이 대표적이다.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급팽창했다는 사실은 우주에서 온 전파를 관측해 발견했다. 수리과학연구소 오상훈 박사는 “중력파 관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빅뱅처럼 기존 인식을 뒤집는 관측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이를 통해 인류의 우주 관측 지평이 수십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력파는 초기 우주 형성과 ‘미스터리 천체’ 블랙홀의 비밀을 밝히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중력파는 영화 속 유령처럼 모든 물질을 훑고 지나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빛처럼 반사되는 특성도 없어 왜곡 없이 전달된다.
이런 이유로 초기 우주 형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중력파는 방출 당시 정보를 온전히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오상훈 박사는 “빅뱅 이후 초기 우주 형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중력파를 검출해 분석한다면 우주가 만들어진 원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중력을 가진 블랙홀이 내뿜는 중력파를 잡아낸다면 블랙홀 성장 과정의 비밀 등을 밝힐 수도 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중력파(重力波·gravitational wave)=수명을 다한 별이 폭발하거나 블랙홀이 생성되는 등 우주에서 갑작스러운 중력 변화가 일어날 때 발생한다. 중력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시공간의 일그러짐이 빛의 속도로 우주 공간으로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중력파의 존재를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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