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서부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든 사람이 이기잖아요."
1979년 12.12 사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을 대면한 자리에서 한 '종교인'이 던진 말입니다. 1987년 경찰의 물고문으로 한 대학생이 숨졌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당시에도, 6월 항쟁 당시 시위대를 연행하러 성당 앞에 몰려온 경찰 앞에서도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바른 말을 하는 것이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던 시절,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한 종교인이 서 있었습니다. 그는 바로 김수환 추기경입니다. 1922년에 태어난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군사정권 시절까지 모두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혼돈의 역사를 비껴가지 않고 온 몸으로 부대꼈습니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이 사제서품을 받았던 1951년은 전쟁 직후였습니다. 신부로서 그가 처음 마주한 건 한국전쟁 직후 가난에 허덕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는 지친 서민들을 보듬어주는 삶을 택했습니다. 1956년, 신학공부를 위해 독일 대학원으로 진학한 뒤에도 독일에 일하러 온 한국 노동자들을 돌보느라 결국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참된 종교인의 길을 걸어온 그는, 1969년 정식사제가 된 지 18년만에 한국 최초로 '추기경'에 추대됩니다. 추기경이 된 후에도 변함없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권력과 자본 힘에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지켰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철권통치도,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도 그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언제나 약자의 편에서 화합과 평화의 뜻을 몸소 실천했습니다. 재임기간 동안 설립한 복지기관의 수만 150여 개가 넘었습니다. 또한 종교간의 닫힌 벽을 허물고자 법정스님을 명동성당에 초청해 강연을 열기도 했습니다.
당시 최장 재임 추기경으로 세계적으로도 존경을 받던 그는 7년전 오늘, 향년 87세로 하느님의 품에 돌아갔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 사랑을 실천했던 그는 자신의 모든 장기를 세상에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의 묘비에는 이런 글이 남겨졌습니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BOVIS ET PRO MULTIS)'
(SBS 스브스뉴스)
권재경 에디터, 권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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