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식물이 영양분을 만드는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이유에 대한 탐구는 매우 미진하다. 생태학적으로는 꽃을 먼저 피움으로써 곤충이나 바람에 의한 수정에 보다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정도의 설명이다. 그러나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 생리적 기작은 세계농산림센터의 최근 연구를 통해 규명되었다.
연구진은 매화와 같이 열매를 맺는 나무들의 봄맞이 새 단장에는 특정한 외적 기후 요건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이들은 이러한 수목들이 겨울나기를 하는 동안 일정 기간 특정 온도 이하를 견뎌야 하는 냉온 요건과 봄철에 누적적으로 쌓이는 특정 적산온도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꽃이나 잎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이들은 연구를 통해 꽃과 잎이 피는데 요구되는 냉온 조건은 동일하나 꽃이 피는데 요구되는 적산온도가 잎이 나는데 요구되는 적산온도보다 낮기에 개화가 먼저 됨을 증명하였다.
그러나 꽃 피우고 잎을 돋우기까지 나무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또 다른 내공을 발휘한다. 식물이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는 이유는 세포 안의 물을 밖으로 내보내어 세포 내부가 얼지 않도록 하는 기작과 부동액 역할을 하는 친수성 단백질을 생산하여 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련의 시기를 이겨내야 개화와 열매 맺음을 이룰 수 있고 그 과정에는 인내와 노력이 함께해야 함을 시사한다.
일제에 항거하며 베이징 감옥에서 순절한 민족시인 이육사는 ‘광야’를 통해 혹독한 겨울을 아름답게 승화시킨 매화의 강한 내면을 우리에게 전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곧 3·1절, 마음 가다듬고 반민족 잔재가 남아 계속되는 우리의 겨울나기를 한번 뒤돌아볼 일이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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