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지는 않았다. 인종차별이라는 여론에 부닥친 아카데미가 다양한 방법으로 흑인들을 배려함으로써 반발을 무마시켰다. 우선 사회자로 흑인 배우이자 코미디언 크리스 록을 내세웠다. 록은 “흑인들의 불참 사태 때문에 사회를 거절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실업자이고 이 자리를 백인인 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고 말문을 열어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는 이어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흑인 후보자들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바에야 차라리 남녀 배우상 범주를 나누듯 흑인을 위한 상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사실 흑인 배우가 후보에 오를 만한 작품이 없기는 하다. 하지만 연기로만 얘기하자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과 동등한 기회를 원할 뿐이다. 그것이 전부다.”
공연과 시상자로 유색 인종을 대거 배치한 것도 눈에 띄었다.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을 위한 순간’이라는 코너를 통해 흑인 배우들을 소개하고, 흑인 어린이들로 구성된 로스앤젤레스 걸스카우트 단원들이 과자를 팔러 나오기도 했다.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과 우피 골드버그, 푸에르토리코의 베니치오 델 토로, 콜롬비아의 소피아 베르가라, 한국의 이병헌 등이 시상자로 등장했다.
공로상 시상자로 나온 셰릴 분 아이작스 아카데미 회장은 ‘백인잔치’ 논란을 의식한 듯 마틴 루서 킹의 생전 발언을 인용하며 회원들에게 “포용의 메시지를 전파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제가상 시상자인 흑인 배우 케빈 하트는 “오늘 시상식 앞줄에 앉아 제 얼굴을 자주 보여드릴 수 있다”며 “다양성에 대한 부정적인 사안에 너무 사로잡히지 말고 오늘을 축하하자”고 발언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버드맨’에 이어 올해 ‘레버넌트’로 2년 연속 감독상을 받은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수상 소감이었다. “아직 피부색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운이 좋기 때문이다. 이런 피부색이 우리의 머리카락 길이만큼이나 의미 없는 것이 되기를 바란다.”
아카데미상은 ‘오스카(Oscar)상’이라고 불린다. 오스카는 높이 34㎝, 무게 3.8∼3.9㎏의 황금빛 남성 나상(裸像) 트로피의 실제 인물 애칭이다. 6000여명의 아카데미 회원이 투표를 하는 오스카상은 백인 중심이라는 비판이 늘 따라다녔다. 88회 가운데 흑인 배우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은 17회, 여우주연상은 9회에 그쳤다. 남우조연상은 14회, 여우조연상은 16회다. 수상 실적은 통틀어 15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흑인들의 반발은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번 시상식을 통해 인종차별 문제를 핫이슈로 부각시키면서 실력행사가 아닌 위트와 해학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국의 대종상은 어떤가. 주최 측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모두 보이콧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대종상은 오스카에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生活文化 > 演藝·畵報·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보] 레이싱모델 한민영 '시선 강탈' 캠핑 복장으로 (0) | 2016.03.04 |
---|---|
[화보] SNS에 또 파격 사진 올린 모델 이모젠 앤서니 (0) | 2016.03.04 |
미녀 체조선수, 알몸 영상 공개에 ‘네티즌 경악’ (0) | 2016.03.02 |
2016 오스카 신 스틸러/[88th 아카데미] 레드카펫을 빛낸 최고의 스타는? (0) | 2016.03.01 |
조수미 '태극기 드레스' 입고 아카데미 레드카펫 밟아 (0) | 2016.0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