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이 기업에 임금인상을 재촉하는 이른바 '관제 춘투(官製 春鬪)'가 올해는 세계 경제상황 불안 등의 영향으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4일 일제히 보도했다.
춘투는 일본의 춘계 노사 임금교섭을 말하며, 올해로 3년째인 관제춘투는 정부의 인상 압박에 따라 이뤄지는 춘투를 의미한다. 아베 정권이 임금인상을 독려하는 것은 소득이 늘어야 소비도 활성화되면서 아베노믹스가 힘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올해 관제춘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노노(勞勞), 노사(勞使)간에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3대 대형은행 노조는 이미 기본급 인상 요구를 접어버렸다. 도요타자동차 노조를 포함한 자동차 노조들도 작년보다 요구 수준을 낮췄다. 경영진도 작년에 비해 임금인상에 소극적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연초 금융시장 불안까지 가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대기업들이 오는 16일 노조 요구에 대한 답을 줄줄이 내놓을 예정이어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임금인상을 통한 경기 부양 전략에 차질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 노조단체도, 경영단체도 불만 쏟아낸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렌고(連合)의 고우즈 리키오 회장은 3일 연례 춘투 요구 실현 집회에서 "임금 인상의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렌고에 소속돼 있지도 않은 3대 대형은행 노조가 기본급인상 요구를 접은 것에 대해서도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을 것 같은 얘기다. 개인적으로 분노한다"고 개탄했다.
렌고가 2월말 파악한 산하 조합의 평균 임금인상 요구 금액은 기본급 인상과 정기승급을 합해 9천444엔(약 10만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천443엔이 적다.
정부로부터 임금인상을 요구받고 있는 경영자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의 집행부도 주요 구성원인 3대 대형은행 노조가 기본급 인상을 접은 것에 대해 마땅치 않아 한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 회장은 "지금의 금융자본시장의 움직임은 실제 경제상황과 직접 관계가 없는 과잉반응이다"면서 임금인상 기운이 약화되는 것을 염려했다.
일본 춘투의 방향을 잡아주는 도요타자동차는 2015회계년도 예상 영업이익은 2조8천억엔으로 호조인데도 이 회사 노조는 전년 요구의 반액인 기본급 3천엔 인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너무 높다"던 사측이 3일 노조와 협상에서는 정부의 임금인상 요구에 일부 응하는 방향으로 "기본급 2천엔 이상" 수용 가능성도 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나 전기 등 다른 업체 교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기대기업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히타치제작소나 파나소닉 등 이번 춘투의 중심이 되는 5대사가 일제히 연도말 결산에서 실적예상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작년보다 인상수준을 낮추었는데도 불구하고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자세다.
◇ 중소기업 교섭은 대기업보다 어렵다
렌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시정을 올해 춘투의 과제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다. 고우즈 회장은 "부가가치를 낳는 네트워크 전체로 적정한 이익배분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좋은 실적을 낸 대기업이 (하청관계의)중소기업과의 거래 가격을 올리면, 중소기업도 임금 인상을 할 여유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대기업 노조들은 소극적이다. 대기업이 이익을 줄여 하청업체의 이익을 늘려주면, 결국은 자신의 회사 조합원 급료가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하는 분위기다.
렌고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웃도는 임금인상을 할 수 있으면 격차도 줄어든다"면서 중소기업 노조에 정기승급분을 포함해 월 1만500엔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대기업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일선 중소기업 조합에서는 렌고의 요구 수준이 현장 상황을 잘 모르는, 너무 무리한 수준이라며 불만이다.
그래서 렌고의 호소는 관제춘투로 존재감이 약해진 노동조합의 존재 의의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다고 아사히 신문은 보도했다. 2년간 일정한 임금 인상이 실현됐다고는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중소기업 사측이 노조의 요구에 대해 4~5분의 1정도만 응했기 때문이다.
◇ 실적좋아도 임금인상 찔끔…"배당 늘리고 현금 쌓아놓아 " 지적도
일본 재무성의 법인기업통계 조사에 의하면 일본기업의 작년 10∼12월(금융, 보험업 제외)의 영업이익은 3년 전보다 5조1천억엔 늘어났지만, 인건비는 8천억엔 줄어들었다. 그런데 보유 현금과 예금은 3년 전보다 28조6천억엔, 2014년도의 주주배당도 2년 전보다 3조엔 가까이 각각 증가했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도요타도 이익 가운데 임금인상으로 돌리는 부분은 극히 일부다. 과거 2회 춘투에 의한 임금 인상 총액은 연간 350억엔 정도였지만 보유 현금과 예금은 2년 전보다 5천700억엔 늘어났다. 주주배당과 자사주 매입 증가액은 약 7천억엔이다. 이에 도요타에 더많은 사회환원 요구도 있지만 "리먼 사태와 같은 위기가 와도 정부는 구출해 주지 못한다. 유사시에 대비한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BNP파리바 증권 고노 류타로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업은 정부가 요구하는대로 임금 인상을 하지는 않는다. 엔화가치 하락을 통한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는 아베노믹스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tae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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