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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올려주세요" 뉴욕 상위 1% 부자들 청원

바람아님 2016. 3. 22. 23:57
경향신문 입력 2016.03.22. 16:17

“우리는 더 많은 세금을 낼 능력과 책임이 있습니다. 세금을 올려주세요.”

‘상위 1%’ 부자들이 세금을 올려달라는 청원을 냈다. 미국 뉴욕 얘기다. 월트 디즈니의 손녀이자 영화감독인 아비게일 디즈니와 석유재벌 존 데이비슨 록펠러 회장의 4대 후손이자 학자인 스티븐 C. 록펠러 등 뉴욕의 대표적인 부자 51명이 21일(현지시간)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주의회에 상위 1% 소득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려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에 참여한 이들은 매년 66만5000달러(7억6807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들이다.

영화감독이자 월트 디즈니의 손녀 아비게일 디즈니 |디즈니 트위터
영화감독이자 월트 디즈니의 손녀 아비게일 디즈니 |디즈니 트위터

이들은 청원서에서 뉴욕이 처한 어려움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뉴욕의 어린이 빈곤율은 기록적으로 높다”며 “특히 도심지에서 어린이들의 50% 이상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적었다. 이들은 “뉴욕주엔 8만명 이상의 노숙인들이 있다”며 “너무 많은 성인들이 21세기에 필요한 직업 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많은 뉴요커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려는 이유와 자신들이 낸 세금이 쓰이길 바라는 곳을 ‘기업가’ 관점에서 제시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우리는 기업가이자 투자자로서 장기적인 경제안정과 성장을 위해선 사람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가 높기로 악명 높은 부자 도시이지만 빈부 차가 큰 뉴욕의 문제와 해법을 기업가 입장에서 진단한 것이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서민들에게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경제의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며 “공교육과 낙후된 도로, 터널, 공공건물을 보수하고 개발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과 기간시설에 대한 투자는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수 있고, 뉴욕의 극심한 소득불균형도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재벌 록펠러의 4대손이자 학자인 스티븐 록펠러 |록펠러 브라더 펀드
석유재벌 록펠러의 4대손이자 학자인 스티븐 록펠러 |록펠러 브라더 펀드

이들은 해법으로 ‘뉴욕의 공정함을 위한 상위 1% 세금 계획’을 제시하며 “소득 상위 1%의 부자들에겐 더 높은 소득한계세율을 부과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계층 등 저소득층의 소득세율은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주가 현재 부과하고 있는 소득세율은 2017년 말까지만 적용된다. 뉴욕주는 다음 달 새 개정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뉴욕의 부자들이 앞장 서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들은 뉴욕의 부자로 살면서 누린 혜택에 대한 책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 “뉴욕의 경제적 번영에서 이득을 얻고 혜택을 받은 뉴요커로서 우리는 공정한 가치를 나눌 책임과 능력이 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다.” 이들은 “뉴욕주의 장기적인 경제 번영은 사람과 커뮤니티에 대한 강력한 투자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장은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