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3.21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집권 5년차 김정은 정권, 권력 토대 상실해가는 징후
즉흥적 지시·과잉명령으로 사고 빈발, 전문성 사라져
돌발 상황 뜻하는 '검은 백조' 한반도에 머잖아 날아들 수도
북한이 최근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중거리(MRBM) 노동미사일을 고(高)각도로 쏴 올려 사거리를 줄임으로써 한반도를
타깃으로 삼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보다 탄두 중량을 늘려 폭발력을 증대할
수 있고 낙하 속도가 빨라 그 위협 정도가 심각하다.
2014년 6월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이처럼 변형된 노동미사일의 대남 타격 능력을 경고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필요성을 본국에 건의하게 된 배경이 이해된다.
핵 능력을 고도화하려는 북한 정권의 끝모르는 군사적 야망은 조만간 5차 핵실험을 예고한다.
다행히 정부가 김정은의 호전성을 간파하고 대북 정책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해 제재 강화, 한·미 연합 방위 구축의
투 트랙으로 적절히 대처하고 있다. 현 안보 위기를 잘 견뎌내면, 시간은 우리 편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의 핵 올인 이면(裏面)에 무리한 군비 조달에 따른 불만 확산 등 체제 종말을 재촉하는 요인이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UN·미국·한국에 의한 다중 제재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 북한 체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집권 5년 차의 김정은 정권이 권력 안정의 토대를 상실해가는 징후가 엿보인다.
갈수록 수령 독재의 무(無)오류성에 대한 확신으로 최소한의 합리적 의사 결정 체계마저 붕괴하고 있다.
잔혹한 공포정치에 더하여 즉흥적 사업 지시와 과잉 명령으로 사고가 빈발하고 각 분야 전문성이 사라지는 점이 주목된다.
아울러 과도 비만이 절대 권력자의 건강을 치명적으로 위협하고, 그 자신의 고질적인 분노 조절 장애 증상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고강도 대북 제재는 구조적 모순에 허덕이는 북한 거시(巨視) 경제에 일대 타격을 가할 것이다.
제재로 인한 민생경제의 악화가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진단이 급부상하는 배경이다.
서양 사회에서 예상치 않았던 일이 돌연 발생하는 경우를 뜻하는 '검은 백조(black swan)'가
한반도에 날아드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곧 북한발 한반도 대격동인 바, 체제 붕괴일 수도 있고 궁지에 몰린 독재자의 오판과 오인식(誤認識)에 따른 군사 도발일
수도 있다. 제재가 본격 시행되는 금년부터 향후 수년이 결정적 시기다. 우리는 준비된 매뉴얼대로 모든 시나리오에 단호히
대처하면서, 위기를 통일의 대운(大運)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지혜를 총동원해야 한다.
북한 정권 교체(regime change)와 한국 주도 통일만이 북핵 해결의 첩경이라는 로드 전(前) 국무부 아태차관보의 지적이
시사하는 바 크다. 현 시점에서는 일단 대북 제재를 일관되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며칠 전 UN 제재 대상 북한 선박의
우리 영해 무단 통과와 또 다른 북한 선박의 포항 체류 등과 같은 행정 누수가 반복되면 한국 주도의 제재는 허울뿐이게 된다.
주변국의 한반도 개입에 대한 경계 또한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중국 정부의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제안은 발상 자체가 미군 철수를 전제로 하는 북한의 대남 혁명논리와 동일해
우리 입장에선 전혀 검토 대상이 될 수 없다. 양자를 맞교환하는 미·중 간 빅딜 설(說)도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선(先)비핵화 후에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미국 측이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평화협정 논의는 북한의 군사위협이 제거된 후에나 가능하다.
지금처럼 북한이 핵·미사일로 위협하는 상황에선 가당치도 않다.
위기 상황에서 근거 없는 안보 쟁론은 금물이다. 국민의 안보 인식 혼란만을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파 간 권력 투쟁으로 안보 이슈가 실종된 것도 개탄스럽다.
공동체의 안보를 개인과 계파의 이익에 우선하는 풍토와 정치 문화가 아쉬워지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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