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실력이 탄탄하고 올바른 가치관과 균형감을 가진 교사가 많아야 학생과 국가의 미래가 밝아진다. 그런데 법외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거꾸로 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 2주년을 앞두고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를 만들어 제자들에게 편향·왜곡된 계기수업(契機授業)을 하려 한다. 특정 이슈나 사건이 있을 때 정규 교과에 없는 내용을 선택해 교육할 수 있는 계기수업을 빙자해 총선 정국의 정치 이슈화를 노리는 것이다.
'4·16 교과서'를 보면 가슴이 내려앉을 정도다. 초등용 교재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아이들의 죽음을 개의치 않는 괴물로 연상시키는 듯한 내용이 들어 있다. 세월호 침몰을 암시한 뒤 "여왕의 얼굴이 점점 비틀렸고, 가면이 벗겨지자 추악한 괴물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썼다. 그리고 바로 다음 쪽에 박 대통령이 2014년 5월 19일 대국민 담화 중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실은 것이다. 중등 교재엔 일부의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냥 왜곡했다. "다이빙벨 투입 땐 구조가능하다", "아무도 벌을 받지 않았다", "선원들이 윗선 명령 때문에 먼저 탈출했다"는 내용이 그렇다. 이러고도 '진실교육' '참교육' 운운하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전교조의 이번 계기수업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교육부가 어제 '교육자료 부적절' 판정을 내린데다 수업을 하려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와 학교장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늘 그랬듯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한다. 광우병 사태와 비정규직 같은 문제를 교실로 끌어들여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던 구태가 여전한 것이다.
올해 27세가 되는 전교조는 정신 차려야 한다. 과도한 정치투쟁과 이념편향으로 한때 10만 명에 육박하던 회원 수가 반 토막 나고, 법외노조로 추락한 것은 참교육의 초심을 망각한 탓 아닌가. 이제는 아이들을 볼모로 한 정치투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교조 스스로 '4·16 교과서'를 거둬들이고 계기수업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그게 학생·학부모들에 대한 예의이자 초심 회복의 첫 걸음이다.
[중앙일보]
입력 2016.03.2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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