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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한·일 반가사유상

바람아님 2016. 5. 25. 07:42

(출처-조선일보 2016.05.25 선우정 논설위원)

  

일본 사람들은 그 불상을 "절대(絶對) 비불(秘佛)"이라고 부른다. 

나가노현 젠코지(善光寺)에 있는 40㎝ 조금 넘는 삼존불(三尊佛)이다. 

6세기 백제가 일본에 불교를 전할 때 신앙의 상징으로 함께 보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이다. 

사찰은 6년에 단 한 번 불상을 공개한다. 

'불상을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믿음 때문에 사람들이 천리 길을 달려온다. 

하지만 그들이 만질 수 있는 것은 법당 내 불상을 기다란 실로 이은 마당의 나무 기둥뿐이다. 

그래도 수많은 사람이 기둥을 붙잡고 웅얼웅얼 소원을 빈다. 그 모습이 장관이다. 


▶일본 나라(奈良) 호류지(法隆寺)에 있는 백제관음상도 천년 넘게 보존됐다. 

2m가 넘는 팔등신에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이어간 목공의 섬세한 솜씨에 '백제의 미(美)란 이런 것인가' 하는 찬탄이 

절로 나온다. 일본은 이 불상을 "구다라칸논(百濟觀音)"이라고 부르면서도 '일본 미학의 정수'로 세계에 자랑한다. 

같은 절 금당(金堂)의 삼존불 역시 일본이 자랑하는 국보다. 7세기 작품인데도 작가 이름을 불상 뒷면에 새겼다. 

'도리(止利)'. 한반도에서 온 장인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만물상] 한·일 반가사유상

 

▶나라는 일본 고대사의 중심이었다. 

고대 전반기인 아스카(飛鳥) 시대는 한반도 문명을 받아들여 극적으로 비약했다. 

아스카 지역을 걸으면 우리 고대인의 예술혼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어떤 유적·유물은 경주나 부여보다 오히려 풍부하다. 

동북아 깊숙한 끝에 있어 외세의 분탕질을 피한 덕분일 것이다. 

비교적 잘 관리해 온 일본의 공헌도 부정할 수 없다. 


▶어제 일본 나라의 주구지(中宮寺)가 소장한 반가사유상〈사진 왼쪽〉이 우리 반가사유상〈사진 오른쪽〉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됐다. 역시 아스카 시대 작품이다. 호류지 백제관음상처럼 목조(木造)임에도 천년을 버텼다. 

그러다 바다를 건너와 자신의 원류(源流)를 마주했으니 목상(木像)에 깃든 부처님도 미소 짓지 않을까. 

일본 문화재라고 하면 흔히 왜구의 노략질이나 일제의 수탈을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이번 전시가 더욱 신선하고 반갑다. 


▶일본 고대는 아스카를 거쳐 나라·헤이안(平安) 시대로 이어진다. 

나라에서 교토까지 역사 현장을 걸으면 한반도 문명의 흔적이 빠르게 엷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래문화를 소화해 빛나는 독자(獨自) 문화를 만들어가는 경로는 일본 고대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주구지 반가사유상은 일본이 그렇게 자립해 가는 문화사의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가 열린 마음으로 한·일 교류사(史)를 바라보는 긍정적 기회가 됐으면 한다.


============================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캪쳐 ============================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특별전 [전시중]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 전시명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 전시장소

    기획전시실

  • 전시기간2016-05-24 ~ 2016-06-12
  • 담당부서연구기획부 권강미 (02-2077-9540)


국립중앙박물관은 2015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오는 524일부터 612일 까지 3주간 

한국과 일본 대표 반가사유상을 1점씩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6세기 후반 한국에서 제작된 대표적인 반가사유상인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과 한반도에서 전래된 반가사유상을 학습하여 

일본적인 조형으로 승화한 대표 사례인 아스카시대[飛鳥時代] 7세기 후반의 

일본 국보 주구 사[中宮寺] 목조반가사유상이 최초로 한자리에서 전시됩니다

특히 주구 사 반가사유상은 이번 전시를 위해 최초로 일본을 떠나 해외에 전시되는 것입니다.

둥근 의자 위에 걸터앉아 왼쪽 다리를 수직으로 내리고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걸쳐 올린 반가좌(半跏坐)의 자세에

오른쪽 손가락을 뺨에 살짝 댄 채 생각에 잠긴 사유형(思惟形)의 보살상을 반가사유보살상이라고 합니다.

반가사유의 자세는 출가 전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반가사유상은 삼국시대 6세기에서 7세기 사이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으며 불교의 동점(東漸)과 함께 

일본 아스카시대 반가사유상의 제작에 영향을 미칩니다.

반가사유상이라는 동일한 형식의 불상이 양국 특유의 문화 속에 표현되는 과정에서 조형적인 공통점과 차이점을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두 상의 비교 전시는 인도에서 시작된 반가사유상이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역동적인 고대 동아시아의 문화 교류가 어떻게 펼쳐졌을지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전 시 명  :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전시기간 : 2016. 5. 24() ~ 2016. 6. 12()

전시작품 : 한국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

       일본 주구 사[中宮寺] 국보 목조반가사유상

전시주최 :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관 람 료  :  무료

관람시간 : , , , 금요일 09:00~18:00

             수, 토요일 09:00~21:00 / 일요일, 공휴일 09:00~19:00

        * 전시기간 중 휴관일 없음(, 상설전시는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