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5.17 김미리 기자)
이왈종 화백 '제주 생활의 중도'展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쌓아올린 제주 돌담, 알사탕 같은 꽃송이 잔뜩 인 매화나무 아래
작은 집이 둥지 틀었다. 수돗가 수조엔 물옥잠 동동, 낮잠에서 갓 깬 누렁이는 멍멍,
나뭇가지 사이사이 앉은 노란 새들은 짹짹댄다.
그림이 공감각(共感覺)으로 소곤소곤 말 건다. 마음의 근심이 이내 녹는다.
눈동자 한 바퀴 휘감다 시야에 쏙 박힌 게 있었으니, 집 외벽에 기댄 골프채다.
풋. 화가가 슬쩍 던져둔 해학의 화룡점정이 보는 이의 웃음보를 건드린다.
"우리가 왜 사는 건가요?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왜 사는 건가요?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거 아닌가요.
행복한가 불행한가는 마음의 조작입니다.
마음을 밝게 하면 행복이 찾아오는 겁니다."
중절모 눌러쓰고 이왈종(71·사진) 화백이 화사한 봄빛 만개한 그림 앞에서 너털웃음 지었다.
중절모 눌러쓰고 이왈종(71·사진) 화백이 화사한 봄빛 만개한 그림 앞에서 너털웃음 지었다.
"사람들 행복해지라고 그림 그리지요. 더 뭐가 필요하겠어요?"
이 화백은 다음 달 12일까지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개인전 '제주 생활의 중도(中道)'를 연다. 4년 만의 전시다.
그는 "그 사이 세상에 궂은 일이 많아 전시하기가 싫더라"고 했다.
1990년 서울의 교수직(추계예대)을 버리고 제주에 정착한 뒤 줄곧 화제(畵題)로 삼은 '중도(中道)'를 전시 주제로 내걸었다.
1990년 서울의 교수직(추계예대)을 버리고 제주에 정착한 뒤 줄곧 화제(畵題)로 삼은 '중도(中道)'를 전시 주제로 내걸었다.
'중도(中道)'란 불교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추구하는 평상심을 일컫는다.
새와 사람, 골프채와 장독 어우러진 풍경이 '중도'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이 화백은 "꽃과 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풍경이고, 골프는 현대의 모습이다.
내 그림은 현대의 풍속화이고, 그 안의 모든 인간과 사물은 가치의 경중이 있는 게 아니라
똑같은 생명을 지닌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사람·새·꽃·자동차 등 그림 속 등장 요소들이 실제 크기, 원근에 상관없이 비슷한 크기다.
"무심하게 있는 것 같지만 한 화폭에서 서로 균형을 이루며 의존하고 있지요.
삼라만상이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불교의 연기(緣起)설과 맞닿아 있지요."
제주에 정착한 지 27년째다. 제주도 많이 바뀌었고, 그 안의 작가도 세월을 비켜가진 못했다.
"서울 근교로 가면 전화 한 통이면 제자 전시회다, 사은회다 다 가야 할 것 같았다.
'안 가도 덜 미안한 거리'로 가자고 찾았던 게 제주도였다"고 노년의 작가가 말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그림 그리는 일에 내 인생을 걸었는데 어느새 머리에 서리가 내렸네요.
이젠 일 년에 한두 점에만 집중하려고요. 좋아하는 골프 즐기면서. 허허."
(02)2287-3591
이왈종 화백 '제주 생활의 중도'展 2016. 5. 17 ~ 6. 12 사간동 현대화랑 (02)2287-3591 |
'文學,藝術 > 전시·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물상] 한·일 반가사유상 (0) | 2016.05.25 |
---|---|
[알립니다] 이중섭 탄생 100年… 작품 200점 한곳에 (0) | 2016.05.24 |
국립중앙도서관 특별전 '조선을 사랑한 서양의 여성들' (0) | 2016.05.15 |
[사진전] 있는 그대로의 사진… 어떻게 예술이 되었나 (0) | 2016.05.05 |
中 작가 류웨이, '플라토'의 마지막을 장식하다 (0) | 2016.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