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전시·공연

[문화뉴스] 선조들의 일상 속으로 시간여행 떠나볼까

바람아님 2016. 6. 1. 10:13

(출처-조선일보 2016.04.29 김시원 기자)

간송문화전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 서울 DDP 박물관서

따뜻한 봄날, 살구나무집 앞마당에서 때아닌 소동이 벌어진다.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살금살금 다가가 마당에서 놀던 병아리를 낚아채 간 것. 
깜짝 놀란 주인 남자는 마루 아래로 굴러 떨어지듯 뛰어내려 간다. 
고양이를 향해 장죽을 휘두르며 이렇게 소리친다. "저놈 고양이 잡아라!"

그 바람에 남자가 머리에 쓰고 있던 탕건이 벗겨진다. 마루에 놓여 있던 자리틀도 마당으로 넘어진다. 
방에 있던 아내는 혼비백산 맨발로 뛰어나와 동동거린다. "아이고, 이를 어째."

새끼를 도둑맞은 어미 닭은 두 날개를 퍼덕거리며 맹렬한 기세로 고양이에게 돌진하고, 
남아 있던 병아리들은 소동에 놀라 사방으로 흩어진다. 
주인아저씨의 장죽이 닿지 않을 만큼 멀리 도망친 고양이는 뒤를 돌아보며 달리는 여유까지 부린다.

	간송문화전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
①야묘도추(野猫盜雛·들고양이 병아리를 훔치다), 김득신, 지본담채, 22.4×27.0㎝ ②단오풍정(端午風情·단옷날의 풍속 정경), 신윤복, 지본채색, 28.2×35.6㎝ ③마상청앵(馬上聽鶯·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 듣다), 김홍도, 지본담채, 117.2×52.0㎝ /간송미술관 제공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인 김득신(1754∼1822)의 그림 '야묘도추(野猫盜雛·들고양이 병아리를 훔치다)'. 
조선 풍속화의 백미로 손꼽힌다.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박물관에서 간송문화전 6부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가 열린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풍속인물화 8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평민들의 노동과 휴식, 문인의 공부와 풍류 등 선조의 일상을 생생하게 기록한 작품들이다.

전시에는 석경(1440~?)부터 춘곡 고희동(1886~1965)까지 조선 500년 역사를 대표하는 화가 33명이 소개된다. 
조선의 3대 풍속화가라 불리는 김홍도, 김득신, 신윤복의 그림은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이들에 이르러 조선 풍속화풍이 완성되고 최고의 절정기를 맞게 된다. 
봄날 꾀꼬리 소리에 고개를 돌린 선비의 모습을 표현한 김홍도의 '마상청앵(馬上聽鶯·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 듣다)'이 
대표작이다. 버드나무에 앉은 꾀꼬리 한 쌍이 서로 화답하며 노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는 젊은 선비의 표정에서 
'봄 타는 남자'의 설렘마저 느껴진다.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시도도 눈길을 끈다. 
이이남 작가는 김홍도의 '마상청앵'을 서정적인 한 편의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되살려냈다. 
풍속인물화 걸작 10점을 선별해 초고해상도 화질로 구현한 구범석 작가의 '간송아트컬렉션'은 그림을 감상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다. 관람료는 8000원. 초·중·고등학생은 25% 할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