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약장수’는 많다. 한 재야 철학자는 팟캐스트에서 정제되지 않은 돌직구로 젊은 층의 인기를 얻었다. 성찰은 없고 정답만 내리찍는 그의 화법은 결국 철학 혐오증을 유발했다. “그의 도깨비방망이에 환호하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생각하는 법이 아니라 정답지를 받아 외우는 학생 같아졌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달변과 궤변을 무기로 삼는 또 다른 철학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고전의 한 부분을 솎아내 온갖 흥미로운 일화로 방청객을 들었다 놨다 한 뒤 정색을 하고는 꾸짖는다. “네 삶을 바꿔라.” “세상을 뒤집어라.” “왜 분노하지 않는가.” 자연과 문명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한 뒤 “문명은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괴물”이라고 강변한다. 젊은이들의 앞길을 망치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개인이 행복할 수 없는 것은 자본주의 때문”이라며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회사에 취직하지 않음으로써 생산 과정을 끊거나 상품을 구입하지 않음으로써 유통 과정을 끊고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 진정한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이 모든 엉터리 주장을 인문학이라는 고상한 이름으로 포장한다.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깊이 생각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준을 넘어 극단적인 ‘포퓰리즘 발언’으로 거짓을 판다. 이런 ‘사이비 철학자’와 ‘인문학 연예인’들에게 대중은 쉽게 휘둘린다. 인문학(人文學·humanities)은 그야말로 인간본연의 문제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가짜 인문학자들은 왜곡된 지식으로 남의 삶을 무책임하게 난도질하고, 자신은 경험해 보지도 못한 분야나 조직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충고를 남발한다.
진짜 철학자들은 “인생의 답을 찾아 평생을 헤맸지만 결국 답이 없다는 답을 얻었다”는 정도다. 인문학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폄훼하는 것으로 점철된다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가짜 인문학 장사치들이 넘쳐난다.
고두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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