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대답이 달라 고심하던 화가는 이 세 가지를 한데 모으면 정말 멋진 그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셋을 합친 풍경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 몇 달을 돌아다녔지만 좀처럼 그 대상을 찾을 수 없었다. 화가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황혼녘 집에 도착한 그는 초인종을 눌렀다. “와, 아빠다!”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아빠에게 뛰어와 안겼다. 아내도 반가운 미소로 남편을 맞았다.
곧 보글보글 끓는 찌개가 식탁에 올랐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던 화가에게 섬광처럼 스치는 풍경이 있었다. 아이들의 눈 속에 ‘믿음’이, 아내의 눈에 ‘사랑’이, 믿음과 사랑으로 가득한 가정에 ‘평화’가 있음을 보았다. 며칠 뒤 화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림을 완성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정의 풍경이었다.
동화 속의 이야기를 실증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영국에서 나왔다. 얼마 전 리버풀 빅토리아 보험사가 영국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직업의 만족도를 물었더니 ‘전업주부’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전업주부의 행복도는 100점 만점 중 87.2점으로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행복도를 보인 직업은 마케팅·홍보업으로 53.8점에 그쳤다. 경찰은 59.4점, 영업직은 67.4점, 공무원은 70점이었다.
전업주부는 근무시간이 다른 직업보다 두 배나 길다. 울고 보채는 아이들을 달래는 일은 어떤 감정노동자보다도 노동 강도가 세다. 그런 장시간 주야간 격무에서도 최고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그것은 아마 가정에 사랑과 믿음과 평화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은 행복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그 공장의 CEO는 당연히 가족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전업주부다.
행복감이 세계 꼴찌권을 맴도는 우리 사회가 행복감을 끌어올리려면 정답은 하나뿐이다. 행복 경영자인 주부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행복공장이 잘 돌아갈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동화 속의 화가처럼 제발 엉뚱한 곳을 기웃거리지 마라. 행복의 파랑새는 내 집 처마 밑에 살고 있으니까.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人文,社會科學 > 敎養·提言.思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사일언] '발설지옥'에 빠지지 않기 (0) | 2016.06.15 |
---|---|
[삶의 향기] 매력 <魅力> (0) | 2016.06.15 |
살며 생각하며불멸의 기억 (0) | 2016.06.11 |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나'라는 지향성 (0) | 2016.06.09 |
향기 있는 인간 (0) | 2016.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