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서커스’로 번역되는 그 상호는 왠지 익숙하다. 어디서 봤기에 그럴까. 로마사다. 로마 권력자들은 먹을거리를 무상 공급하고, 전차·검투사 시합 관람 기회를 무상 제공했다. 바로 빵과 서커스다. 권력자들은 천문학적 자금 부담에 개의치 않았다. 왜? 빵과 서커스가 넘쳐나야 군중이 만족할 것으로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로마시민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 길은 없다. 어림짐작은 가능하다. 빵과 서커스의 총량으로 권력자의 ‘치적’을 잴 수 있고, 또 그것으로 권력자가 추정한 당대 행복도를 가늠할 수 있다. 전차 시합의 경우 티투스 황제 때는 48회 개최됐다. 도미티아누스 황제 때는 100회에 이른다. 도미티아누스가 행복 증진에 더 힘을 썼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도미티아누스는 그렇게 믿었을 것이다.
현대인은 얼마나 행복한가. 여전히 알 길이 없다. 그래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어림짐작을 한다. 현대의 빵과 서커스다. 민주국가의 권력자라면 대개 목을 건다. 국민 행복만이 아니라 권력 기반 또한 거기에 걸려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건강기대수명과 같은 지표도 중시된다. 사회가 건강해야 비례적으로 늘어나는 지표니까.
한국인은 얼마나 행복한가. 별로다. 적어도 우리 국민은 그렇게 본다. 이유가 뭘까. 주관적 행복감이 낮은 탓이라 지적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어제 ‘행복도 추이와 설명 요인’ 보고서를 내놓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정해식 부연구위원이 그렇게 분석했다. 1인당 GDP, 건강기대수명 등 객관적 지표는 좋은 편이지만 개개인이 스스로 매기는 행복감은 뚝 떨어지기에 행복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3월 유엔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행복도는 올해 157개국 중 58위로 작년보다 11단계 낮아졌다.
국민 행복도에 민감한 정부와 정치권이라면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행복을 잴, 눈에 안 보이는 측정 도구가 있어야 할 판국이니까. 어찌 시동을 걸어야 할지 감을 잡기조차 어려우니까. 하지만 저들은 머리가 전혀 복잡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왜? 저 정도에 깊은 고민에 빠질 사람들이라면, 진작에 환골탈태를 하고도 남았을 테니까….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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