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법원을 상대로 한 법사위 회의에서 민간 양형위원인 MBC 고위간부가 성추행 전력이 있다고 폭로했다가 체면을 구겼다. 동명이인임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조 의원은 공개 사과하는 한편 김종인 대표에게도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명색이 검사 출신이라서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는 잘못이다. 두 사건은 너그럽게 보아도 ‘의도하지 않은 실수’ 정도다. 고의는 없을 터이다.
▦ 기자도 폭로기사를 쓸 때 오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사건보도는 오보방지 전범(典範)이나 다름없다. 당시 워싱턴포스트가 두 달여간 추적기사를 내보내는 동안 어느 언론도 동조하지 않았다. 마침내 유력언론인인 CBS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가 이 사건을 조명하기 위해 워싱턴포스트에 기사내용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를 요청했다. 벤 브래들리 편집국장은 “우리에게 그런 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워싱턴포스트는 오보를 내지 않았다. 비결은 이중 검증(Double Check)이었다. 관련 인사 두 사람으로부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서야 신문 인쇄에 들어갔다.
▦ 초선의원의 폭로는‘헛발질’로 끝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공명심도 작용했겠지만, 적잖은 예가 조급증에 뿌리를 두고 있다. 폭로 시기만 신경을 쓰다가 제대로 사실 확인을 해볼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 탓이다. 버스를 놓칠 새라 안달하기보다 다음 버스를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오류를 줄이는 첩경이다. 신뢰의 추락은 회복하기 어렵다. 사실관계가 불분명함을 알고도 폭로를 마다하지 않는 자세는 면책특권을 악용한 만용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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