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밤 장마가 한차례 지나간 이후 휴일인 3일 임진강 일대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어선을 타고 조업을 하는 어민도, 강에 어민들이 쳐둔 그물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만수위에 가깝게 담수한 북한 황강댐이 언제 다시 기습 방류할지 몰라 상당수 어민이 조업을 포기한 때문이다. 강가에는 여름철 행락객의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연천군 군남댐 하류지역 강가에 ‘군남댐 상황에 따라 수위가 급격히 변하니 하천에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쓴 현수막이 곳곳에 나붙어 있었다. 지자체·경찰서·소방서와 수자원공사 공동 명의로 내건 것이다. 인근 매운탕집과 음식점도 손님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썰렁했다.
임진강 어민들은 5월 중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일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 5월 16∼17일 북한 황강댐에서 사전 통보 없이 두 차례 초당 400t가량의 물을 방류하는 바람에 어구가 떠내려가 수억원의 재산 피해를 봤다. 5월은 1년 어획고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황복 성어기여서 무단방류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다. 무엇보다 산란철을 맞아 집중적으로 산란이 이뤄지는 임진강 일대가 ‘물폭탄’을 맞으면서 내년 이후의 조업 차질이 우려된다. 황강댐의 추가 무단방류에 대비해 지난달 말부터 어민들은 그물을 걷어내고, 어선까지 뭍으로 끌어낸 상태다.
장석진 파주어촌계장은 “황강댐 무단방류에 대비해 조성한 군남댐(군남홍수조절지)이 제 역할을 다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며 “물폭탄 피해는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人災)”라고 주장했다. 그는 “어구 피해 보상은 한 달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고, 조업 손실 피해 보상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연천 지역 시민단체도 정부 당국의 허술한 대응을 질타하고 있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북한이 남북 합의를 어긴 채 황강댐을 무단방류할 지경까지 남북 관계가 악화한 책임은 우리 정부에도 일정 부분 있는데 애꿎은 임진강 주변 주민들만 사각지대에 놓여 일방적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근본 대책을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언급한 안거낙업(安居樂業·편안하게 살면서 즐겁게 생업에 종사함)은 임진강 주민들의 가장 절박한 바람이다. 정부는 임진강 주변 주민들의 일리 있는 하소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을 개정해서라도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전익진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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