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3/08/01 전상인·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송호근 지음/삼성경제연구소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있었던 여중생 추모 촛불 시위와 지난 3월 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반핵(反核) 평화·미군 철수 반대 시위에 각각 참여한 주도 세력은 세대 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
인생이 순풍에 돛단 듯 잘 풀릴 때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세상이 요순시대와 같은 태평성대를 구가한다면 굳이 사회학적 진단이나 분석이 제시될 까닭도 없다.
만약 송호근 교수(서울대 사회학과)가 작금의 한국사회로부터 아무런 ‘특이사항’ 혹은 ‘이상징후’를 발견할 수
없었다면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라는 제목의 저서는 결코 잉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궁극적인 저자는 송 교수가 아니라 이 시대, 우리 사회 그 자체이다.
송 교수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가운데 사회학적으로 가장 심각한 것은 세대갈등이다.
그리고 그것은 작년 말 대통령 선거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왜냐하면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이른바 2030세대의 ‘전략적 열광’이기 때문이다.
2030세대가 ‘2002년 세대’로 다시 압축되는 까닭도 세대 격차의 가공할 만한 위력이 다름 아닌 대선을 통해 발휘됐다는
사실에 있다. 세대전(世代戰)으로서의 지난 대선은 따라서 5060세대의 성장시대 가치관이 퇴조하는 대신 2030세대의
유동성 문화가 형성됐음을 확실히 보여준 우리 사회의 총체적 전복(顚覆)을 의미한다.
1987년의 반독재 투쟁을 통해 민주화를 경험하고 1997년의 IMF 위기를 겪으며 세계화를 체험한 2030세대는 국가주의에
대한 거역(revolt), 성장주의에 대한 거부(rejection), 그리고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resistance)을 통해 기존 질서로부터
탈주한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이는 기성체제가 합리적이지도 정당하지도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가와 시민사회에 관련된 사회적 신뢰가 급격히 약화되고 연고주의적 사적 영역에 몰입하는
경향이 가일층 강화되는 모습을 드러내자 2030세대는 드디어 ‘참을 수 없는 대한민국’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서구와는 달리 자발적 결사체라는 고유한 습속(習俗)이 없는 데다가 종교나 도덕 혹은 이념 또한 소기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사회의 주요한 변동력은 세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송호근 교수의 진단이다.
따라서 그는 이와 같은 불가항력적 힘에 대한 동참을 권고하면서 이제 대한민국의 방향타를 2030세대에게 넘기자고
제안한다. 더욱이 이와 같은 진단과 제안은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으로까지 이어진다.
왜냐하면 2030세대에 의한 ‘전복의 미학’은 사실상 5060세대의 가치관과 공유하는 면적이 넓기 때문이다.
곧, IMF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 발생한 ‘가치관의 정화작용’은 각 세대의 세계관을 서로 근접시켰다는 것이다.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같은 차에 동승한 5060세대와 2030세대 사이에 결코 ‘충돌은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도대체 한국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이 책만한 저작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노무현 시대에 대해 추측과 냉소 또는 기우와 예단이 난무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송 교수가 처음이자 본격적으로
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은 분명한 주장과 치밀한 논리가 실증적 자료 및
모범적 문체(文體)에 잘 결합돼 있다는 사실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세대갈등을 목하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있는
이 책은 송 교수가 수년 전 IMF 위기 연구와 의료대란 분석에서 보여준 학자로서의 지적 순발력과 사회적 책임감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바이다.
그러나 이 책이 학계나 세간으로부터 전적인 동의를 얻어낼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 책은 2030세대에 대한 예찬론으로 읽힐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들의 ‘상징자본’으로 선택됐다는 노무현 정권의 출범에 대해 싫든 좋든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긍정적 평가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참여의 이름으로 만발하는 사이버(cyber) ‘중우정치(衆愚政治)’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IMF 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침체가 모든 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데다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또한 나날이 떨어지는 것이
지금의 또 다른 모습이라면, 송 교수는 2002년 겨울이 아니라 2003년 여름의 시점에서
한국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함께 고민했어야 했다.
물론 어떤 것이 대세이고 어느 것이 지엽(枝葉)인지를 구분하는 일은 독자의 선택과 역사의 판단 몫일 터이다.
========================================================================================
(세대, 그 갈등과 조화의 미학) 송호근/ 삼성경제연구소 2003.07.23/ 페이지 272 | 이 책은 한국사회 변동의 가장 중요한 추동력으로서의 세대문제를 사회학적으로 조명한다.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키면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2030 세대들. 패러다임과 사회의 변화에 의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키워 온 그들과는 반대로 한번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5060 세대들. 2030 세대의 등장을 '성장시대 가치관의 퇴조와 유동성 문화의 형성'으로 규정 짓고 있는 지은이는 2030세대의 부푼 비전과 5060세대의 좌절 사이에 일어날 문화적 충돌과 세대갈등에 대하여 설명한다. 목차
|
'人文,社會科學 > 책·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위하여 (0) | 2016.07.10 |
---|---|
[당신의 리스트] 시인 이굴기가 추천하는 꽃에 입문할 때 보면 좋은 책 5 (0) | 2016.07.09 |
[서적소개] 격동하는 동북아, 한국의 책략 (0) | 2016.07.05 |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3] 民辯, 21세기 한국의 돈키호테들 (0) | 2016.07.05 |
[휴가 특집 1회] [여름휴가에 가져갈 단 한권의 책] (0) | 2016.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