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16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비 갠 저녁 창문 열고 발을 올려 벌써 골목에는 덜컹덜컹 푸른 산은 허공을 밀쳐 오늘 밤은 띠를 풀고 마냥 앉아 기다려야지. | 晩晴 拓戶鉤簾愛晩晴(탁호구렴애만청) 夏天澄綠似秋生(하천징록사추생)
正憶田間秧馬行(정억전간앙마행)
綺霞沈樹澹餘情(기하침수담여정)
坐待星河拂滿城(좌대성하불만성) |
구한말의 시인 명미당(明美堂) 이건창(李建昌·1852~1898)이 여름철 비가 개고 난 뒤의 저녁 풍경과 감회를 썼다.
비가 개어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니 가을이 불쑥 온 듯 청량하다.
날이 개자마자 나뭇짐을 실은 달구지가 벌써 골목길을 다니며 나무를 판다.
들녘 논에서는 농부들이 일을 서두를 게다.
허공을 밀치며 푸른 산은 짙푸른 빛깔을 회복했고, 노을은 하루해가 가는 아쉬운 마음인 양 저문다.
여름날 이렇게 상쾌한 기분을 맛보기 참 힘들다.
잠을 자지 않더라도 서울의 밤하늘을 맑게 뒤덮을 은하수를 꼭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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