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가슴으로 읽는 한시] 혹독한 더위

바람아님 2016. 8. 6. 15:16

(출처-조선일보 2016.08.06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혹독한 더위


불 바퀴가 날아올라 넓은 하늘 운행하자
온 세상이 모두 함께 용광로에 들어갔네.

뭉게뭉게 벌건 구름 기봉(奇峯)을 만들고
치렁치렁 푸른 나무 바람 없어 적막하네.

삼베옷이 흠뻑 젖어 땀 흘리고 괴로우나
파초선을 부쳐봐야 아무런 소용 없네.

어떡해야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나서
서늘한 광한궁의 신선들과 어울리나?

酷熱

火輪飛出御長空(화륜비출어장공) 

萬國渾如在烘中(만국혼여재홍중)


疊疊雲奇作岫(첩첩동운기작수) 

童童翠樹寂無風(동동취수적무풍)


蕉裳濕盡惟煩汗(초상습진유번한) 

葵扇揮來不見功(규선휘래불견공)


安得兩腋生羽翼(안득양액생우익) 

廣漢宮裏伴仙翁(광한궁리반선옹)


[가슴으로 읽는 한시] 혹독한 더위
고려 후기의 문인 근재(謹齋) 안축(安軸·1282 ~1348)이 지었다. 
새롭게 등장한 사대부의 한 사람으로 참신한 작품을 다수 창작했다. 
700년 전 어느 해 여름도 대단히 무더웠던가 보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뜨자마자 온 세상이 용광로 속으로 들어간 듯하다. 
벌겋게 달아오른 하늘 아래에는 바람이 한 점도 없어 모든 것이 축 늘어졌다. 
온몸이 땀에 젖었으나 부채를 아무리 부친들 소용이 없다. 
견딜 수 없는 이 찜통더위를 어떻게 벗어날까? 
높은 하늘 위 신선들이 사는 궁전은 서늘하여 지내기 좋겠지. 
날개만 달 수 있다면 신선들과 만난다는 핑계를 대고 날아가고 싶다.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