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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80] 自己欺瞞의 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바람아님 2016. 8. 16. 07:56

(출처-조선일보 2016.08.16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감동 드라마가 이열치열의 묘약이 되고 있다. 
특히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금메달을 따낸 
박상영 선수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한 점만 더 내주면 모든 게 끝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두운 관중석으로부터 들려오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라는 외침을 들은 그는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를 되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경기에서 그는 거짓말처럼 내리 다섯 점을 따내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100번 시도하면 겨우 3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다.

이 긍정의 드라마는 SNS에서 조회 수가 이미 100만을 넘어섰다.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던 일을 기적처럼 해내는 모습을 보며 지치고 힘든 많은 사람이 삶의 활력을 얻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를 속일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누군가를 속이려면 우선 사태 파악이 끝나야 하고, 그걸 자신에게 유리하게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 
언뜻 보면 영락없는 나뭇가지로 보이는 자벌레나 둥지를 향해 다가오는 포식동물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멀찌감치 날아가 날개가 부러진 것처럼 거짓 흉내를 내는 꼬마물떼새도 고도의 속임수를 쓰지만, 
그들은 그저 남을 속일 뿐 자신을 속이진 못한다.

이른바 '군대식 문화'가 팽배했던 시절 우리는 종종 "하면 된다"를 외쳐댔다. 
자칫 나태하거나 나약해질지 모를 중생을 꾸짖는 다분히 상명하달식 세뇌였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다르다. 
'하면 된다'는 '꼰대'의 언어지만 '할 수 있다'는 순수한 젊  음의 언어다. 
위에서 내리누르는 세뇌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이다. 
살아남기 위해 또는 짝을 얻기 위해 남을 속이는 동물은 많지만,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는 이른바 '하얀 거짓말'은 오로지 우리 인간만 할 줄 아는 속임수다. 
자기기만(自己欺瞞)은 이 하얀 거짓말을 남이 아니라 나에게 하는 것이다. 
자기기만(自己欺瞞)실로 아름다운 진화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