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02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개미세계탐험전에 오면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진기한 열대 개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나뭇잎을 잘라다가 퇴비를 만들어 버섯을 길러먹는 지구 최초의 농사꾼 잎꾼개미가
실제로 농사를 짓는 모습과 허리에 허리를 무는 방식으로 '몸 사슬(body chain)'을 만들어 서로
떨어져 있는 잎들을 가까이 끌어당긴 다음 애벌레가 고치를 틀 때 분비하는 실크를 가지고 잎들을
한데 엮어 방을 만드는 베짜기개미의 일사불란한 협업 현장이 바로 코앞에서 펼쳐진다.
각각 남미의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호주 열대에서 데려온 이 스타 개미들과 함께 다양한 국내 개미도
각각 남미의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호주 열대에서 데려온 이 스타 개미들과 함께 다양한 국내 개미도
전시되고 있다. 이 중 가시개미는 특별히 흥미로운 개미다.
언뜻 가슴과 배를 이어주는 허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의 첫 마디인 제1배자루마디에 불편할 정도로
긴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한 쌍 돋아 있다. 최근 일본 개미학자들이 진작에 했어야 할 실험을 수행해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배자루마디 가시를 잘라낸 개미와 그대로 둔 개미를 청개구리에게 주었더니 가시가 그대로 달려 있는 개미를
먹이로 택한 개구리 대부분은 끝내 삼키지 못하고 토해내고 말았다. 개미의 가시가 방어 기능을 한다는 실험 결과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다른 기능은 없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다른 기능은 없을까 생각해본다.
가시개미를 정면에서 바라보면 검고 둥근 배를 배경으로 불뚝 솟아 있는 가시가 마치 머리에 난 뿔처럼 보인다.
원래 가시개미보다 몸집이 훨씬 커 보이는 효과도 있어 보이고, 배 쪽이 머리인 줄 알고 멍하니 쳐다보노라면
어느새 개미의 입이 턱밑에 들이닥칠 수도 있다.
어쩌면 개구리보다 더 중요한 천적인 새의 시각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가시개미는 흡사 다리를 펼치고 공격할 차비를
갖춘 거미나 노린재처럼 보인다. 일단 삼킨 다음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입천장에 박혀 '입엣가시'가 되기 전에
그냥 바라만 봐도 '눈엣가시'로 작용할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여름 가시개미 연구에 동참하고픈 곤충 마니아들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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