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19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지난 9일 '골프 여왕' 박세리가 18년간의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온 나라가 외환 위기로 신음하던 1998년 7월
그저 먼 부자 나라의 운동으로만 여겼던 골프의 그린 위에 대한민국의 깃발을 확실하게 꽂아준 선수.
연못가에 떨어진 공을 치려 양말을 벗어 던지고 물에 들어갈 때 우리는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종아리와
극명하게 대비되던 그의 시리도록 하얀 발을 보았다. 당시 20세 최연소로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이 지독한 '연습벌레'의 뒤를 이은 '세리 키즈'들이 지금 세계 랭킹 10위 안에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오는 22일에는 또 하나의 유명한 발이 현직에서 은퇴한다.
오는 22일에는 또 하나의 유명한 발이 현직에서 은퇴한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무려 30년간 공연했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무대에서 끝내 토슈즈를 벗는다.
지난 7년여 동안 나는 너무나 참혹해서 아름다운 그의 발을 그의 허락도 없이 이 땅의 젊음 앞에 수없이 여러 차례 꺼내 보였다.
'아름다운 방황'이라는 제목의 내 강연 맨 마지막 슬라이드에는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끔찍하게
열심히 하면서 굶어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글귀 아래 그의 발 사진이 걸려 있다.
여성, 그것도 우아함의 상징인 발레리나의 발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울퉁불퉁 찢기고 불어터진 그 발이
이제 하루 19시간의 고문에서 벗어난단다.
얼마 전 나는 어느 TV 인터뷰에서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뭘 해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춤꾼이 되겠다고 답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런 내가 최근 국립발레단 후원회 허용수 회장의 초대로 '세 레나데&봄의 제전'과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관람하는 횡재를
얼마 전 나는 어느 TV 인터뷰에서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뭘 해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춤꾼이 되겠다고 답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런 내가 최근 국립발레단 후원회 허용수 회장의 초대로 '세 레나데&봄의 제전'과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관람하는 횡재를
했다. 게다가 마음속 깊이 흠모하던 강수진 단장을 가까이에서 뵐 수 있는 영광도 함께 누렸다.
그가 이끄는 우리나라 발레가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박세리 선수는 리우올림픽 한국 대표팀 코치를 맡았단다.
선구자의 인생 이모작은 역시 지도자의 삶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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