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09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요순시대를 잇는 중국 최초의 왕조인 하(夏)나라의 건국 설화에는 황하 대홍수의 전설이 담겨 있다.
'죽서기년'이나 사마천의 '사기'에는 툭하면 범람하던 황하의 치수에 혁혁한 공을 세운 우(禹)가
순(舜) 임금의 뒤를 이어 새로운 왕조를 건설한 것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거의 1천년이
지난 뒤에야 갑골문으로 기록되는 바람에 여전히 전설과 신화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월 5일자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이 모든 게 사실(史實)일 수 있다는 고고학 논문이 실렸다.
8월 5일자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이 모든 게 사실(史實)일 수 있다는 고고학 논문이 실렸다.
연구자들은 지층 분석을 통해 중국 북서부 칭하이(靑海) 지역에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가 일어나
거대한 둑이 만들어지며 황하의 물길이 막혀 수심이 무려 130m에 이르는 호수가 생겼다가
기원전 1950~1894년 끝내 수압을 견디다 못해 터지는 바람에 하류 지역에 엄청난
홍수 피해가 있었다는 증거를 찾았다. 이 무렵은 마침 신석기 후기에서 청동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해당하는 시기로서 하나라의 건국 시기와도 일치한다.
연구에 참여한 바요세프(Bar-Yosef) 하버드대 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성서에 언급된 사건의
고고학적 증거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참에 나도 출애굽기에 나오는 모세의 기적을 과학적으로 추적해보고 싶다.
출애굽기 제15장 21절은 '모세가 바다 위로 손을 내밀매 여호와께서 큰 동풍으로 밤새도록 바닷물을 물러가게 하시니
물이 갈라져 바다가 마른 땅이 된 지라'고 적고 있다.
오래전부터 나는 이 사건이 혹시 기후변화로 인해 일어난 것은 아닐까 의심해왔다.
지금은 빙하가 녹으며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모세가 살던 시절에는 오히려 수위가 낮았던 것은 아닐지 연구해
봤으면 한다. 우리나라에도 전남 진도군 회동리나 충남 보령시 무창포 등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한 곳에서는
종종 바닷길이 열린다. 과학 덕택에 전설이 역사적 사실로 인정받는 것인지 아니면 신화로서 신비로움을 잃는 것인지는
따로 생각해 볼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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