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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82] 고령화와 저출산

바람아님 2016. 8. 30. 07:50

(출처-조선일보 2016.08.30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2002년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인류의 미래를 가리켜 "고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젊은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인해 지금까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다른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세계적인 석학이 이 정도로 힘줘 강조하면 적어도 겁먹은 흉내라도 내주는 게 예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해 합계출산율이 1.17로 거의 세계 최저를 기록했는데도.

그래서 나는 생물학자가 DNA나 분석하고 초파리나 들여다보지 왜 고령사회에 관한 책을 쓰느냐는 
비난을 무릅쓰고 2005년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를 출간했다. 
그해 결국 드러커 박사님이 서거하셨고 우리나라 출산율은 1.0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 책에서 나는 인생을 번식기(reproductive period)와 번식후기(post-reproductive period)로 구분해 이모작 전략을 
세우라는, 다분히 생물학적인 제안과 더불어 정년제도 폐지와 무모한 출산 장려 대신 열린 이민제도를 통한 
인구 유입 유도는 물론,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오히려 대학을 더 만들자는 사뭇 엉뚱한 제안들을 쏟아냈다. 
당시에는 상당히 논쟁적인 제안들이었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고려할 문제들이 되었다.

2005년 당시 나는 그나마 우리나라는 당분간 노동 인구의 증가로 이미 때를 놓쳐버린 다른 선진국보다 유리할 수 있으니 
향후 10년을 황금보다 더 소중하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10년이 허무하게 다 흘러가버렸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나무 몇 그루를 옮겨 심거나 거름을 주는 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인간 종의 고령화라는 거대한 숲 전체를 봐야 한다. 
인간은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작심하고 고령화하고 있는 동물이다. 
고령화는 21세기에 들어와 대한민국의 골칫거리가 된 기이한 현상이 아니라 수백만 년에 걸친 인간 진화의 결과물이다. 
진화적인 문제에는 모름지기 근원적이고 원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인생 이모작 관련글 모음> :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6] 노인 인권   (2009.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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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1] 세대   (2010. 1. 11)

http://blog.daum.net/jeongsimkim/2634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21] 인생 이모작   (2011. 7. 25)

http://blog.daum.net/jeongsimkim/3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