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9.06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하루가 다르게 널뛰는 날씨 탓에 주변에 콜록거리는 사람 천지다.
예전에 미국에 살 때 감기인가 싶어 병원에 가면 종종 빈손으로 쫓겨났다.
검진 결과 감기로 의심되면 미국 의사들은 집에 가서 편히 쉬며 물을 많이 마시라고 충고할 뿐
그 흔한 주사도 한 방 놔주지 않았다.
감기나 독감은 박테리아가 아니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이다.
감기나 독감은 박테리아가 아니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이다.
박테리아는 비록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도 홀로 움직여 다니며 자가 증식을 할 줄 아는
엄연한 생물이지만, 바이러스는 다른 생물의 유전체에 편승해야만 증식이 가능한 유전자 쪼가리에
불과해 엄밀히 말하면 생물이 아니다.
당연히 항생제(antibiotics)가 들을 리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항생제 처방을 요구하는 바람에 대한민국은 지금 항생제 남용 폐해가
가장 심각한 나라가 되었다. 늦었지만 '항생제 바로 쓰기 운동 본부' 출범을 환영한다.
병원(病原)이 박테리아인지 바이러스인지 감별하는 문제는 갓난아기의 경우 특별히 심각하다.
병원(病原)이 박테리아인지 바이러스인지 감별하는 문제는 갓난아기의 경우 특별히 심각하다.
아기의 체온이 38도 이상이면 치명적인 박테리아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병원에 데려가면 소변, 혈액, 때론 위험을 무릅쓰고 뇌척수액까지 채취해 박테리아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대개 며칠씩 걸린다. 아기의 몸에서 추출한 체액을 배양해봐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아기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일단 항생제를 맞아야 하고 온갖 다른 치료도 받아야 한다.
최근 미국의사협회 학회지(JAMA)에는 이 같은 부조리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초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최근 미국의사협회 학회지(JAMA)에는 이 같은 부조리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초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각각 다르게 활성화되는 유전자를 하나씩 찾았다.
또 다른 연구진도 두 달 미만 아기의 혈액에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66개나 분리해냈다.
이젠 이 테크닉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만 하면 된다.
아기의 생명이 달려 있는 만큼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될 수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초 연구보다 더 확실한 열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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